[전문가 서평] ‘오티움’ - 나만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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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오티움’ - 나만의 휴식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12.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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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티움’ 표지 이미지 / 사진 = 위즈덤하우스
책 ‘오티움’ 표지 이미지 / 사진 = 위즈덤하우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행복을 향한 갈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53개국 중 61위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7계단 하락한 것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0위권을 맴돌다 올해 처음으로 60위권으로 내려온 것이다.

사람들은 좀 더 행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유행한 ‘소확행’도 그 중 하나이다. 소확행이란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한 단어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그는 소확행의 예시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제시했다.

소확행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탕진잼’ 또한 행복을 위한 시도 중 하나이다. 탕진잼이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기분 전환을 위해 소소하게 ‘낭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필요하진 않기 때문에 눈여겨 보기만 했던 물건들을 기분 전환을 위해 구매하는 행동 등을 말한다. 그러나 탕진잼은 행복을 느끼는 데 큰 효과가 없는 듯 하다. 구직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탕진잼의 결과 ‘잠시 기분이 좋아지나 다시 그대로 돌아온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카드값 등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긴다’ 와 같이 기분 전환을 위한 탕진잼으로 인한 새로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응답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줄어든 행복을 되찾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통계를 보면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라진 행복을 찾아다니는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 작가가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티움’을 갖을 것을 제시한다. 그는 책 <오티움,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을 통해 대한민국 사람들이 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지, 오티움이란 무엇인지, 오티움을 통해 행복을 되찾은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등을 소개한다.

‘오티움(ótĭum)’이란 라틴어로 첫째는 여가, 둘째는 은퇴 후 시간, 셋째는 학예활동이라는 세 가지 뜻을 담고 있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오티움은 세 번째 의미로 국한하여 사용하고 있다. 고대의 학예활동이란 시 짓기, 공부하기, 토론하기, 연주하기 등을 말하며 이는 곧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가리킨다. 다르게 표현하면 특별히 댓가나 의무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른의 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오티움은 가볍고 한가하게 즐기는 활동이 아니라 배움과 난이도가 있는 여가활동으로 스스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배움에 따라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활동이라면 전부 오티움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어른의 놀이’가 행복을 느끼는데 중요한 것일까? 미국의 정신과의사인 스튜어트 브라운Stuart Brown은 “놀이가 인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의사로서 일하면서 연쇄살인범들의 정신감정을 담당했는데 눈에 띄는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연쇄살인범들은 각자의 나이에 맞는 놀이의 경험이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계기로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놀이의 역사를 조사해본 결과 어린 시절에 잘 놀지 못했던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정신적 문제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성인이 되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중독 성향이 강하고, 일중독에 빠지거나 우울한 증상을 보였다. 즉 ‘놀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즐거운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정상적인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영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Daniel Nettle은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연구했는데 나이, 건강, 가족관계, 돈, 지위, 친구 등등의 다양한 요소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비교적 정확한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의 행복지수’였다. 즉, 바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가 미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는 ‘개미와 베짱이’에 등장하는 개미처럼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생각과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그러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결국 행복할 수가 없다. 현재의 행복이 미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행복을 미루면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녹슬어버린다. 행복을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다. 물론 당장의 행복을 위해 회사에 사표를 내거나 해야 할 일을 그만둬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낮에는 개미에서 밤에는 베짱이로, 혹은 평일은 개미에서 주말은 베짱이로 이중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티움’ 활동을 통해 지금 행복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미래에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티움’일까. 다른 활동으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행복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한 '유다이모니아eudaimonia'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목적 지향적 행복eudemonics'이다. 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행동과 통합시켜 자아를 최대로 발휘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자신의 능력이나 자질을 갈고 닦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만족감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쾌락적 행복’이다. 이는 쇼핑, 게임, 음식, 스포츠 관람, TV와 인터넷 등의 활동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유사놀이pseudo-play’라고 표현한다. 왜냐하면 ‘유사놀이’는 놀이에서 능동성과 창조성을 거세하고 유희성만 남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 놀이는 상품으로 구매하여 소비할 뿐 놀이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우리의 신체는 이 두 가지 놀이를 구분할 수 있다. 2013년도 8월호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심리학과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쾌락적 행복을 느낀 사람들은 혈액 단핵구 세포에서,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염증발현 유전자CTRA gene가 증가하는 반면, 목적 지향적 행복은 이 유전자가 오히려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을 해치는 ‘해로운 행복’을 진짜 행복인 것으로 착각해왔던 것이다. 더불어 ‘해로운 행복’은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역치가 점점 높아져 중독에 이르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오티움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오티움의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자기목적적autotelic’이다. 어떤 외부의 보상이나 의무 때문이 아니라 그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될때 ‘자기목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일상적’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여가활동이라도 일 년에 한 두번 하는 활동은 오티움이 아니다.

세 번째는 ‘주도적’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깊이’가 존재한다. 오티움을 지속하면서 배움의 깊이가 더해져야 한다.

다섯 번째는 ‘긍정적 연쇄효과’이다. 앞선 네 가지를 만족하더라도 긍정적 연쇄효과가 없다면 오티움이 아니다. 긍정적 연쇄효과란 오티움 활동을 할 때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오티움을 통한 기쁨이 확산되어 내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활기가 생겨나야 한다. 이것이 그 활동만 즐겁고 다른 모든것에는 관심이 없어지는 중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오티움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 삶의 위기가 찾아올 때 각자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울고 있으면 주변의 누군가가 다가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매번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는 없다.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는 것이다. 성인은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위로의 핵심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쁨’이다. 이 기쁨이 내면을 침투하는 고통의 방어막이 되어 준다. 이 기쁨을 전해주는 활동이 바로 오티움이다. 오티움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행동이자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자기 치유제인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의사로서 회사의 명예퇴직 압박에 괴로워하던 환자가 목공예를 접한 후 정신건강이 호전되는 것을 보고 회복이란 고통의 경감이 아니라 활력의 회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티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약물이 아니라 오티움이었던 것이다. 아무도 강제로 시키지 않지만 스스로가 즐거워서 자기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며 즐거워하는 활동, 오티움은 험난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등불이자 기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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