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책을 읽는다. 책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남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두 가지 행동은 비슷해 보이고 얼핏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동작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행동의 본질은 다르다. 독서와 책을 통한 교류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며, 꼭 서로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해서 읽은 책에 대해 남들과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며, 책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미리 그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책, 이게 뭐라고>는 이런 간극에 집중하는 체험기다. 사회적 성격이 강한 장편소설과 르포르타주, SF소설을 두루 써온 작가 장강명은 2017년부터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 진행자로 참여했다. 팟캐스트에 입문한 계기로 시작한 책은 그가 시즌 2를 끝으로 하차를 결심하는 장면으로 문을 닫는다.
텍스트의 세계, 즉 ‘읽고 쓰는’ 세계는 영상 매체에 밀려 점점 입지를 잃어간다. 소비자들은 더 단순하고 이해하기 좋은 ‘말하고 보는’ 세계를 선호한다. 책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책의 매력을 믿지만, 과연 팟캐스트가 책의 세계를 넓히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팟캐스트만으로 충분하다면, 청취자들은 기꺼이 소개된 책의 독자가 될 것인가. ‘읽고 쓰는 사람’에서 ‘말하는 사람’이 된 저자는 팟캐스트 현장에서 이런 질문에 맞닥뜨린다.

이 문제는 근본적인 간극과 연결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하는 자신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 이질감을 느낀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만난 사람과 책에 대한 에피소드 뒤에는 읽고 쓰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본질, 즉 읽고 쓰는 일이 방해받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점검한다.
‘어떻게’는 그의 화두다. 팟캐스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작가의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 고민에 천착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상황인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 몸인 것 같지만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두 세계에 대하여.
책, 대체 이게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