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여기, 우리가 있어, ‘하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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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여기, 우리가 있어, ‘하틀랜드’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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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틀랜드' 표지 이미지 / 사진 = 반비
책 '하틀랜드' 표지 이미지 / 사진 = 반비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미국 시골 지역에서 살아가는 백인 빈곤 계층은 ‘레드 넥’, ‘화이트 트래시’와 같은 멸칭으로 불리곤 한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꼽히며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해진 용어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이들의 삶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백인이라는 사실이 인종적 특권과 동일시되는 나라에서 백인 빈민 계층은 어떤 시선을 받으며 살아갈까. 여기에 여성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책 <하틀랜드>는 캔자스주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의 자기 서사를 통해 이 모순적이고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그가 마주한 미국은 빈곤에 마땅한 징벌처럼 수치를 부과하는 나라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없기에 물질적인 축적을 이룬 사람도 결핍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을 경제적 성공의 핵심으로 취급하는 곳에서 가장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미국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불성실과 게으름을 탓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심지어 복지 시스템에까지 빈곤 계층에 대한 편견이 깊이 배어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하지만 내가 느낀 수치는 내 죄에서 오는 게 아니었어. 사회 전체에서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기 때문이지. 경멸이 미국 법에 아예 명시되어 있어. (p.193)

빈곤 계층은 10대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약물에 노출되며, 잦은 이사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다. 대를 이어 내려져 오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자는 자기 자신을 지켜내기로 일찌감치 마음먹는다. 너무도 소중하기에 태어나게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딸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말을 건네는 대상은 바로 그 아이다. 태어나지 못한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스스로 챙겨야 했던 저자의 분신으로 보이기도 한다.

“날아서(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는 땅”이라는 캔자스주의 별명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책은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림으로써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받는 사람들에 대한 속설과 편견을 무너뜨린다. 충실한 삶의 증언은 개인을 넘어서는 공동체의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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