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나를 친구로 만드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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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나를 친구로 만드는 글쓰기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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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홍익출판사
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홍익출판사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 칼럼니스트] 글쓰기가 치유, 특히 억눌렸거나 감춰두었던 불편한, 두려운, 슬픈, 화난 감정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은 여러 번 들어보았다. 얼마 전, 한 신간 에세이에 대한 서평을 부탁받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저자 역시 글쓰기를 통해 자기 치유를 시작할 수 있었음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제목에 끌었다.

읽고 나니,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자기 내면에 깊은 갈등 혹은 막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 본인이 심각한 두통을 겪으며 뇌수술까지 고려하던 중, 한 의사의 조언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마침내 두통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물론,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적 응어리를 풀어낸 사람이다. 자신이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것이 너무 커서 그것을 다른 사람도 알고 행복해지기 원하여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열고 이렇게 책까지 쓴 것이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읽기에 도전해 보자. 혹시 아는가! 인생의 새 장이 열릴지 말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일전에 한 젊은 친구와 대화를 했던 일이 생각이 난다. 아빠란 존재는 다섯 살 가을, 딱 한 번 만난 사람이다. 그때 맡았던 아빠의 채취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혹시 아빠로부터 편지라도 한 통 올까 매일매일 기다렸다. 물론, 오지 않았다. 엄마는 삶에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그 화를 자기에게 풀었다. 조금만 잘못을 하면 폭언을 일삼았다. 9살 무렵, 엄마로서의 엄마를 지웠다. 왜소하고 마음이 여렸던 그는 밖에 나가면 애들에게 치였다. 이유 없는 욕설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래서 관계 맺기를 꺼리게 되었다.

14세 쯤, 자신의 문제가 언어로 인지되기 시작했고, 15세 때 그 문제와 마주하기 시작했으며, 17세부터 문제에 직면하여 해결하려고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글을 제법 잘 쓰는 그였으나, 글로 표현하기엔 너무도 복잡하고 깊은 고통이라 생각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한 느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떤 도덕, 윤리도 개입시키지 않고, 생각으로 살인도 폭력도 욕설도 다 허용했다. 자기를 들여다보며, 정밀하게 분석했고, 그것을 철저히 정리 정돈했다. 그렇게 거의 10년을 지나며 누구도 하기 힘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해 냈다. 그는 서른도 되지 않았으나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는 성숙한 어른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치유의 글쓰기란 바로 이 젊은이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했던 생각하기 혹은 상상하기와 맥이 같고 할 수 있다. 글쓰기가 다르다면, 기록으로 남아 언제라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는 좀 더 절제된 감정 표현이 가능할 수 있고, 자기 통제가 쉬울 수 있어 자기 문제에 직면할 때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자기를 위로하는 글쓰기를 하는 이유와 효용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의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참여하여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쓰기는 스트레스와 긴장 해소를 돕는다. 자기배려를 통해 인생을 내다볼 수 있게 한다.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한다.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고 자기감정을 100%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미지의 공포에 당당하게 맞설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자기반성, 자아성찰을 통해 문제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한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지름길이다. 문제를 식별할 수 있게 하여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돕는다. 지혜롭게 하며, 세상과의 조화를 추구하게 한다. 창조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고백을 하는 사람들은 평소 글 한 줄 쓰기를 해 본 적도 없었던 사람들이며, 자신을 작가라고 언감생심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즉, 글쓰기를 이런 저런 이유로 회피해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고백을 할 때에는 분명 자기 위로 글쓰기, 치유의 글쓰기는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쓸 때 이런 힘을 내는 걸까? 저자는 적어도 시작하여 90일은 쉬지 말고 시도하라고 한다. 미래를 풍요롭고 만족하게 살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새롭게 조명해 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실천하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써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쓰다보면 편집의 유혹을 느끼게 되고, 편집을 하다보면 솔직함에서 자꾸 멀어질 수 있다. 그러니 노트와 펜을 준비하여 실수를 개의치 말고 쓰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도록 보관 장소도 잘 선택해야 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혹은 누가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는 순간, 우리는 정직함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스스로도 써 놓은 글을 일정 시간이 지나기까지는 다시 읽지 않기를 권고한다.

글의 형식도 자유다. 누군가에게 편지 형식으로 써도 좋다. 편지는 일종의 대화다. 대화를 하다보면, 처음엔 자기감정에 함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일기를 쓰듯이 써도 좋다. 꼭 문장으로 써야 할 필요도 없다. 정직하게 접근했다면, 알츠하이머나 치매가 온 게 아닌 이상, 약간은 암호 같은 단어의 배열만 기록해 두어도 후일 다시 보았을 때 그게 무엇인지 알아챌 것이다.

일기처럼 쓰든, 편지로 쓰든, 암호로 저장하든, 정직하게 자기를 사랑하겠다, 배려하겠다, 때로는 용서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여 쓴다면, 글쓰기는 분명 무언가 변화를 만들고야 말 것이다.

책을 읽고는 집에 노트가 있나 뒤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좋은 글을 필사해 보려고 몇 권 사 둔 얇은 노트를 찾았다. 종이에 글을 써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매우 어색하긴 하지만, 초중고대학까지 노트에 필기를 한 세대로서 약간의 워밍업만 한다면, 쉽게 손글씨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매우 고요하다. 그런데 막상 종이 위에 펜을 대기 시작하면 내 속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겁도 조금 난다. 그래도 한 번 해 보면 좋지 싶다. 특히,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점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글로나마 나를 인정하고 다독여 주어야겠다는 마음이다. 혹시 아는가, 이 시도가 내 노년을 생각지도 않을 만큼 행복하게 만들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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