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내가 거쳐 갔던 모든 집들에,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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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내가 거쳐 갔던 모든 집들에,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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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빌리버튼
책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빌리버튼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매일 돌아오는 곳이지만 내 집은 아니다. 이런 아이러니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많은 도시 생활자의 모습이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들의 숙명이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한 곳에 ‘정착’할 때까지 이주를 멈추지 못하는 유목민으로 묘사되곤 한다.

특히 미혼 1인 가구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때까지 유지하는 임시적인 단계라는 취급을 받는다.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산 기간이 얼마나 됐든 ‘자취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좋은 물건을 사거나 살림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듣는 경우도 잦다. ‘내 집 마련’이라는 종착점이 정해진 레이스 속에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미혼 임대인이 막막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지면에 오르내리고, 2030대들은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도 매일 일하고 공부한다. 가끔 현실을 자각하게 될 때, 끌어모을 영혼마저 고갈된 젊은 세대는 자문할 수밖에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를 경주에 언제까지 목을 매야 하는지.

뭐든 얻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법이지만,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할까. 32살이 될 때까지 15번의 이사를 경험한 저자 또한 답이 궁금하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집을 만나고, 적응하는 가운데 명확한 해답 대신 자신만의 집 철학을 찾았다. 집은 ‘사는 것’과 ‘사는 것’ 사이, 그 중간에 있다. 임대인의 처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간의 소유와 상관없이 현재 머무르는 공간을 어떤 밀도로 채울지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책은 저자 자신이 겪은 집과 이사의 기억을 담담히 풀어나간다. “삶이 있어야 집이 있고, 집이 있는 곳에 삶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저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세입자 생활을 가감 없이 돌아보는 이 투명한 이야기는 1인가구의 생활을 경험했거나 독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작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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