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생태집짓기’ - 흙내, 나무 향기 가득한 살아 있는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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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생태집짓기’ - 흙내, 나무 향기 가득한 살아 있는 집짓기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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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태집짓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21세기북스
책 ‘생태집짓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21세기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15,6년 전, 대안학교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한라산 등반을 했다. 내려오다 왼쪽 발을 살짝 접질렸다. 갑작스런 산행으로 내려왔을 때는 허리부터 다리 전체가 너무 아프고 온몸이 피곤했다. 우리의 숙소는 황토집이었고, 각 황토집마다 찜질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있었다. 나는 그 방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온몸의 피로가 다 풀려 있었고, 허리나 다리의 통증도 거의 사라져 다음날 일정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황토의 신통방통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었다. 그때, 집의 재료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만약, 돈이 많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좋은 집을 짓는 것이다. 내게 좋은 집이란 건강한 집이다.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집이 아닌 천연 자재로 살아 숨을 쉬는 집을 지어 살고 싶다. 나처럼 집을 별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살아 있는 집이 몸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자가 아니다보니 아직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비싼 명품을 살 돈이 없어 아이쇼핑이라도 즐기는 사람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생태적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을 눈요기로라도 알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총 4권이 있는데 우선 1권만 읽어보았다. 읽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쉽고 재미있어 누구라도 집에 관심만 있다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마 2~4권에는 이 책의 집들을 좀 더 상세히 다룰 것 같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집은 생명을 담는 그릇이다. 맞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와 화학약품으로 범벅이 된 죽은 그릇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병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건축법이 엄격해지면서 안전함과 쾌적함, 편리함 등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집의 재료는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인구는 많고 그들이 살아야 할 거주공간을 만들려면 집을 높이 지어야 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니 생태적으로 집을 짓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잘못하면 오히려 도시의 철근 콘크리트 집보다도 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즉,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버리고 사는 내내 골치를 썩을 것 같아 보였다. 아마 그래서 저자도 이런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반면, 제대로 알고, 좋은 재료, 바른 공법으로만 짓는다면, 현대 주거공간이 가진 장점을 다 살리면서도 살아 숨 쉬며, 사람을 담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관심이 컸던 것은 흙집이다. 흙집은 흙이 가진 통기성, 탈취, 우수한 습도조절능력을 비롯하여 흙이 뿜어내는 원적외선까지 있어 쾌적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황토집에서 체험한 것이 바로 황토의 원적외선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흙벽돌이 있어 흙집 만들기가 그나마 수월한 모양이다. 종류도 다양하여 유압식벽돌, 방수벽돌, 손벽돌 등이 있다. 다만 벽돌 값이 꽤 비싸다고 한다. 흙벽돌은 내력벽으로 무게가 어마어마하여 기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진이나 충격으로 인해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ㅊ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흙을 쌀자루, 베자루 등 자루에 담아 쌓아 집을 만들 수도 있다. 일명, 흙부대집이다. 벽체에 틀을 만들어 세우고 그 안에 흙을 넣고 다져서 만드는 집은 흙다짐집이라고 한다. 꼼꼼하게 다지는 게 관건이란다. 쉽지 않은 공법이니 꼭 전문가의 도움이나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부하고 시도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말자. 흙벽을 쌓으며 짧은 통나무를 벽 속에 심어 집을 짓기도 한다. 통나무 흙집이다. 흙과 나무, 두 재료 모두 수축 현상이 일어나는 재료다보니 잘못하면 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흙벽을 두드리려 다지는 맥질을 잘 해주어야 한다.

거섶흙집이란 코브하우스도 있다. 곡선을 넣어 아름답고 개성이 뛰어난 집을 지을 수 있다. 흙과 볏짚에 물을 뿌려가며 잘 뭉쳐서 알매를 만들어 벽을 쌓는다. 볏짚이 인장력을 높여 튼튼한 벽이 되도록 돕는다. 다만 벽 속이 건조 되는 데 수개월에서 1년까지도 걸릴 수 있으므로 되도록 봄에 작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 늦가을에 시작하면 벽 속에 채 마르지 않은 수분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균열을 만들기 때문에 벽체가 약해질 수 있다. 예전에 어른들이 말하길, 집은 여름에 지어야 좋고 겨울에는 짓지 말라고 했다. 잘못하면 매우 위험한 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흙을 쌓고 계란판을 올리고 다시 흙을 쌓는 식으로 짓는 집도 있다. 계란판 흙집이다. 한국에서 탄생한 흙집인데 시공이 편리하고 원자재 값이 저렴하여 제3세계에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나무로 짓는 집도 종류가 많다. 나무는 튼튼하다. 수분조절능력이 뛰어나 집안 습도 유지에 좋다. 심리적,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나무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좋고, 그 향에는 항균 성부까지 있어 질병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경량목 집의 사진을 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볍고 규격화 된 나무로 작업하기 때문에 시공이 빠르며, 누구라도 시도하기 좋은 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집 중 기와집은 나무집에 속한다. 우리에게 기와집이 있다면 서양에는 팀버 프레임이 있다. 말 그대로 나무로 틀을 짜서 만드는 집이다. 보통 나무집 하면 통나무집을 떠올린다. 나무를 크게 가공하지 않아 그 형태가 거의 보존되어 나무를 제대로 보고 느끼며 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서 습도와 기온차가 심하기 때문에 통나무집을 짓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 수축과 팽창이 1~2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어, 세심하게 보수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귀틀집도 나무집이다.

볏짚으로도 집을 짓는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볏짚보드, 우드칲(톱밥), 훈탄(왕겨) 등이다. 외국에는 볏짚으로 지은 집 중 120이 지나도 멀쩡한 집이 있다고 한다. 단열이 잘 된다. 습도조절능력이 뛰어나서 여름에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수 있다. 반대로 겨울에는 수분을 실내로 뿜어내어 적정한 습도 유지를 시킨다. 지진과 화재에도 강하다! 우수한 탈취력도 있다고 한다. 볏짚이 건축 재료로 이렇게 장점이 많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책에 나온 재료는 크게 두 가지다. 흙과 나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흙과 나무로 집을 짓겠다고 달려들면 세상이 한 순간에 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철근 콘크리트로 뚝딱 짓는 집에서 살기로 한 게 오히려 다행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여건이 허락된다면 흙과 나무를 잘 활용하여 지은 집에서 흙내와 나무 향기에 매일 취하여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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