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산 음식, 죽은 음식’ - 인간이 먹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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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산 음식, 죽은 음식’ - 인간이 먹어야 할 것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10.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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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 음식, 죽은 음식’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몬북스
책 ‘산 음식, 죽은 음식’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몬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통계청에서 작성한 2018년도 대한민국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총 사망자 수는 298,82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으로는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순인데 구성비를 보면 각각 26.5%, 10.7%, 7.8%, 7.7% 순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등 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역시 약 18%에 달할 정도로 무시하지 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심장 주변 혈관에 콜레스테롤 등의 지방질이 쌓여 혈관을 막아 생기는 질병으로 혈관에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심장을 비롯한 각종 장기에 산소와 영양분이 적절히 전달되지 못해 심근경색, 부정맥 등의 위험성이 커진다. 뇌혈관 질환 역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등이 뇌혈관의 상태를 악화시켜 발생하는 질병이다.

심혈관 질환의 원인은 서구화된 식단과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을 꼽는다. 특히 서구화된 식단은 과도한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를 꼽기도 하는데, 미국으로 이민을 간 동양인 이민 1세대들은 본인들의 식사습관을 그대로 지켜나가 심장질환이 거의 없는 반면 미국의 식단에 적응한 2세대 부터는 심장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그 증거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양인들이 과거부터 지속해왔던 곡물 위주의 식단이 정답인 것일까?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고 곡물 위주의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네이선 프리티킨은 자신이 고안한 식단을 통해 스스로 동맥경화증을 치료했으며 그의 이론에 따른 수천 명의 동맥경화증 환자를 치료하였다. 그러나 그의 제자 로스 혼에 따르면 “그의 이론은 심장병 예방측면에서는 기적과도 같았지만 곡물 위주의 식단은 단백질이 과도(12% 이상)하므로 관절염이나 암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육류 위주의 식단이 유발하는 문제에 대하 곡물 위주의 식단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완전한 식단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을까? 그 답은 곡물을 먹기 전, 그러니까 농경을 하기 전의 삶에 있지 않을까? 우리의 조상이 농경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 년 전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1만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의 신체가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특히나 최근 들어 풍족해진 먹거리 때문에 비만 등의 ‘현대인 질병’이 만연해지고 있는 사실을 통해 미루어 본다면 더욱 수긍이 갈 것이다. 그렇다면 ‘농경’을 시작하기 전 우리 조상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산 음식, 죽은 음식 -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의 저자 더글라스 그라함은 인간은 과일을 먹도록 설계된 생물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간단히 설명한다. 만약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잘 모르는 애완동물을 선물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먹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공하지 않은 자연상태의 여러가지 식품을 앞에 놓아보면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아서 찾아간다. 그 음식을 먹도록 오랜 시간동안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기에게 생고기와 과일을 나란히 놓고 선택하도록 해보자. 또는 생견과류와 생 씨앗류(쌀, 보리 등)와 신선한 과일중 하나를 골라 놓아보자. 아기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물론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만 과일이 인간의 주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손톱, 치아의 구조, 각종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방식, 장의 길이와 모양의 차이, 지방의 소화능력 등 육식동물과 인간의 해부학적 차이 뿐만 아니라 풀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과 인간의 해부학적 차이, 그리고 인간과 유전적으로 99.6%가량 일치하는 침팬지가 과일을 주식으로 하며 소화 단계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등을 예시로 들며 인간의 주식은 과일이라는 주장을 강화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과일이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보고 과일에 대한 안좋은 점이 생각날 수 있다. 특히 과일은 혈당을 높여 건강에 안좋을 수 있다는 내용이 널리 퍼져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짜뉴스’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한다. 과일이 혈당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새 빠져나와 정상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혈당지수(Glycemic Index)보다 혈당부하지수(Glycemic Load)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혈당지수는 탄수화물이 얼마나 빨리 혈당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러나 혈당지수에는 어떤 식품에 탄수화물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를 같이 사용해야 어떤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상승시킬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혈당부하지수는 한 식품의 혈당지수를 그 식품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으로 곱한 후 다시 100으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즉,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일은 혈당지수는 높더라도 혈당부하지수는 낮은 것이다. 예를 들면 바나나는 혈당지수가 52이지만 75%가 수분이기 때문에 혈당부하지수는 12에 불과하다(118g의 중간크기 바나나 기준). 즉 혈당지수가 높더라도 과일엔 기본적으로 수분이 많기 때문에 혈당부하지수는 최하위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하거나 말린 과일은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가 모두 높기 때문에 기존에 과일에 관해 우려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빈속에 과일을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과일은 자체적으로 소화효소를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원활히 도와준다.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전날 저녁으로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잤을 경우이다. 자고 일어나도 지방이 많은 음식은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채 위에 남아 있는데 여기에 과일이 들어가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산 음식과 죽은 음식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산 음식이란 일반 과일이나 채소와 같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하며 죽은 음식이란 조리된 음식을 가리킨다. 왜 음식을 조리해서 먹으면 안되는가 하는 질문에 저자는 음식을 조리해 먹는 야생동물을 본 적이 있느냐며 되묻는다. 손과 발, 치아, 위장의 구조에서 보듯 모든 동물은 자신이 먹을 음식을 확보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된 채 태어나는데 어떤 인간도 등에 난로를 지고 태어나거나 손에 트랙터의 열쇠를 쥐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물론 산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한다. 먼저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는 것 자체가 최근의 일이다. 열대지방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과일과 채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덩이줄기나 각종 복합탄수화물로 대체를 했으며 마침내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본격적으로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해 먹기 시작한 때를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과 비슷하다고 본다. 역시 이 시간은 인간이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조리한 음식이 대부분 고지방 음식인 것도 문제가 된다. 단순히 고기류가 아니고 곡물을 조리한 음식이라도 식용유와 같은 기름이 첨가되는 순간부터 고지방 음식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 우리의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조리하는 순간부터 독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를 그냥 먹을때와는 반응이 다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직관적으로, 음식을 조리하면 영양분에 손상이 온다. 단백질의 경우 열을 가하면 서로 융합하고 응고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단백질은 몸 속의 소화효소로 쉽게 분해할 수가 없다. 우리의 몸은 탄수화물을 텍스트린화해서 포도당으로 분해를 해야 하는데 열을 가하면 캐러멜화가 되어 흡수가 어려워진다. 더불어 아크릴라마이드라는 치명적인 화학성분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지방 역시 문제가 된다. 지방을 가열하면 부패가 빨라지고 치명적인 발암물질 중 하나인 벤조피렌 등 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먹는 것일까? 저자는 칼로리 백분율로 식단을 짜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적의 백분율로 80/10/10 식단을 권한다. 순서대로 탄수화물 80%, 단백질 10%, 지방 10%의 비중을 가리킨다. 여기서 ‘칼로리’의 비중인 것이 중요하다. 즉, 일반 성인이 필요로 하는 하루 칼로리를 2000칼로리라고 했을 때 1600칼로리를 탄수화물에서, 200칼로리를 각각 단백질과 지방에서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압카시아(러시아), 빌카밤바(에콰도르), 훈자(파키스탄) 지역의 장수마을 사람들의 식단이 이 비율을 따르고 있다는 것과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모든 영장류들이 이와 같은 칼로리 백분율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최근들어 식곤증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곤함이 온 몸을 덮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자신의 식단을 돌아보니 단백질과 지방을 특히 과도하게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혹시나 싶어 점심이라도 과일과 야채만 섭취해보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이전에는 혼절할 것 같을 정도로 몰려왔던 식곤증이 많이 완화되었다. 아직은 조금 피곤하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충분할 정도의 피곤함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 책을 단순히 다이어트에 관련된 서적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식습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혁명적인 서적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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