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쓰레기 책’ - 지구의 절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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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쓰레기 책’ - 지구의 절반에 대하여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10.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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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레기 책’ 표지 이미지 / 사진 = 오도스
책 ‘쓰레기 책’ 표지 이미지 / 사진 = 오도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가벼운 간식거리를 사거나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파는 물품들은 대부분 비닐에 포장되어 있다. 더불어 적지 않은 비중으로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의 식곤증을 쫒기 위한 커피를 사러 카페로 향한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종이컵에 플라스틱 뚜껑이, 무더운 여름에는 컵과 뚜껑 전부 플라스틱으로 된 컵에 음료를 담아 가지고 나온다.

퇴근 후 장을 보기 위해 들른 대형 마트에는 대부분의 물품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소비자들을 기다린다. 집으로 돌아와 장을 본 물품들을 정리하면 포장지로 사용된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가 한가득이다. 쓰레기가 잔뜩 생겼다며 한숨을 쉬고 정리하다 보면 문뜩 궁금증이 생긴다. 나 혼자만 혹은 우리 가족이 배출하는 쓰레기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나아가 전 세계 시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런 쓰레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회운동가이자 정치인이기도 한 이동학 작가가 61개국 157개도시를 유랑하며 직접 보고 들은 쓰레기 처리에 관해 쓴 책, 『쓰레기 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는 지구촌을 뒤덮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현실감있게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당초 ‘고령화로 인한 갈등, 도시에서의 갈등, 이민자의 갈등’이라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세 가지 갈등이 각 나라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여행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자 앞선 세가지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쓰레기에 관한 문제를 알게되어 원래의 목적은 뒤로 제쳐놓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인류의 생활수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류가 만든 제품을 꼽아보라면 플라스틱이 왕좌를 다툴것이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생활 공간과 산업 공간 모두에서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폴리옥시벤자일메틸렌글리콜란하이드리드(polyoxybenzylmethylenglycolanhydride)라는 긴 화학명을 가진 최초의 인공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Bakelite)는 1907년 처음 등장했다. 벨기에계 미국인인 레오베이클랜드가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켜 베이클라이트를 합성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1907년 처음 등장한 플라스틱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2017년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50~2015년 66년 동안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으로 이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폐기된 쓰레기 중 일부만 재활용(9%)되거나 소각(12%)되고 나머지(79%)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졌다”고 보고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플라스틱은 땅에 매립한다고 하더라도 분해가 되지 않는다. 혹은 매립한 후 500년이 지나면 분해된다는 견해도 있으나 500년 이후 확인할 수도 없을 뿐더러 썩어 없어지는 양보다 새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쓰레기를 받아주는 나라의 대지에 쌓여 방치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강을 따라 바다에 유입되어 해류를 타고 흘러다닌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이다. 프랑스 국토의 세 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이 쓰레기 섬은 바다의 해류와 바람을 타고 모인 쓰레기들이다. 태평양 뿐만 아니라 대서양의 사르가소 해에서도 쓰레기 섬이 자라는 중이다.

왜 우리들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중대한 환경문제를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 선진국들의 쓰레기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18년 이전까지 전 세계의 쓰레기 중 56% 이상을 수입해왔다. 말 그대로 ‘세계의 쓰레기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8년 1월부터 더 이상 중국이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눈 앞에 보이던 쓰레기를 치워버리던 소위 선진국의 여러나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치워버리던 쓰레기들을 직접 처리하려고 하니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연합에서는 2018년 1월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을 세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독일 역시 2018년 11월에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5대 계획’을, 2019년 1월에는 ‘신포장재법’을 발표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집행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 전문지_모먼트 DB

1989년 스위스 바젤에서 제정된 ‘바젤협약’은 병원성 폐기물을 포함하여 유해 폐기물이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할 때 사전 통보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유해 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줄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2019년 4월 29일, 바젤협약의 내용이 개정되었다. 유해 폐기물의 종류에 플라스틱을 포함하기로 한 것이 개정 내용이었다. 참여국들의 압도적인 찬성에 통과된 이 내용은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문제가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각 국에서는 이런 쓰레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쓰레기 소각장을 일종의 예술작품처럼 건설하였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예술가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한 이 소각장은 주변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여 지역의 명소로 거듭났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소각장 위로 스키슬로프를 건설하여 지역민에게 개방하였다. 일본 도쿄 인근에 위치한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소각장 건물을 일종의 박물관처럼 꾸며 활용하고 있으며 소각한 후 남은 재를 활용해 보도블럭을 만들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제품에 추가 요금을 부여하고 용기를 반납하면 포인트로 돌려받는 ‘판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 시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4kg 당 농산물 1kg으로 교환해주는 ‘녹색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도시 미관을 정돈하고 농산물의 잉여를 막는 것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응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소각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거나 시민들의 분리수거를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정책,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 등이 각 국가별 사정에 맞게 시행되고 있다.

지구를 뒤덮고 있는 쓰레기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자연분해가 안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삶은 농촌에서 사는 것보다 쓰레기를 두배 이상 발생시킨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배달, 택배, 테이크아웃 등은 전부 쓰레기를 발생하는 활동들이다. 우리는 매일 24시간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최근들어 생활의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배달경제의 확대는 기존상품을 포장한 상태에서 택배 포장을 겹으로 해야만 하니 스티로폼, 또는 플라스틱, 비닐류, 박스 등 막대한 쓰레기를 추가로 만들어낸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쓰레기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이동을 했을 뿐이다. 개개인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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