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이기적 유인원’ -인간은 정말 지혜로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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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이기적 유인원’ -인간은 정말 지혜로운 것일까?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9.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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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기적 유인’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빛비즈
책 ‘이기적 유인’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빛비즈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개인마다 다른 각양각색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들이 살아온 환경에서 평범하게 삶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이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외부에서 침공한 존재들로 인해 혹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정 집단에 의해 평범한 일상은 붕괴되어 버리고 목숨을 잃거나 살아남은 자들은 역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이어간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진 채 끝까지 저항해나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저서 『노인과 바다』에서 “ 그래도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마침내 저항하는 이들은 모든 적을 물리치고 희망에 찬 미래를 맞이한다. 
 
다양한 예술과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기에 맞선 인간의 승리에 대해 노래하는 장면이다. 이를 별도로 ‘인간 찬가(人間 讚歌)’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와 비슷하게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현대문명까지 도달했다.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조상이 같은 다른 유인원들과 갈라져 나왔을 때부터 인간을 노리는 다른 맹수들과 비교했을 때 날카로운 발톱도, 강력한 근력도, 뛰어난 속도도 가지지 못했던 조상들은 다른 동물들과 가장 달랐던 특징, 지능과 손재주를 이용해 포식자들과 투쟁을 이어나갔고 집단과 사회를 이루어 번성하기 시작했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고 조금 더 나은 생활환경을 위해 숲을 개간하고 물길을 확보하는 등 점차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주변의 자연을 인간에 맞게 변화시키며 융성한 인류는 비록 그 자연이 문학에서 묘사하듯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정도로 강력한 외계인은 아니었지만 ‘인간 찬가’의 모습이라 묘사해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1758년 칼 폰 린네가 인류를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로 명명하고 자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져 각지의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문명을 이룩한 우리 인간은 지혜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말 지혜로운 것일까?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마이애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는 니컬러스 머니(Nicholas P. Money)는 『효모의 발흥』 『버섯의 자연·문화사』 『미생물의 삶』 『곰팡이의 승리』 등 자연과학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한 과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책 『이기적 유인원』을 통해 인류가 지혜로운 존재라는 것에 강렬한 비판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는 먼저 이기적 유인원이라는 서명을 통해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유인원 중 한 계통일 뿐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는 빅뱅을 통해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난 후 지구에 처음으로 생명이 탄생했을 무렵,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동물이었을 때부터의 발전과정을 되짚는다.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고 산소가 가득한 환경에 적응하여 대지로 진출하거나 산소가 없는 심해로 침잠해간 생물들의 기원은 인간과 동일하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가 다른 식물이나 주요 생물군보다 버섯과 유사하다며 난자를 향해 나아가는 정자의 움직임과 형태, 인간 신체 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모의 움직임과 형태는 인간이 계통수에 등장하기 한참 전 선캄브리아기의 바다에서 헤엄쳤던 단세포동물의 유전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인간이 다른 생물들에 비해 특별할 것 없는 지구촌 생물계의 한 일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가리킨다. ‘먼 옛날의 미생물이 남긴 유산은 인류가 써 내려온 모험담의 첫 구절’인 것이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이기적 유인원’이라는 서명이 가리키는 것과 같이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릴 정도로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한 현대문명은 그동안 쌓아올린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인류는 과학기술을 통해 자신이 지적 생명체임을 증명할 것이며 시와 음악은 그 다음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기술은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음으로 지적한다. “그런데 만약 모든 과학적 모험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고 문명을 파괴하는 기술의 원천이 된다면 어떨까?”
 
인류는 고도화되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현대 문명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극지방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고 태평양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섬이 점차 그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세계 각지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이상기후를 발생시키고 있고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각 지역의 지역민들은 대비할 시간도 없이 피해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의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고 그를 따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돼지 열병, 과수화상병, 심지어 인간을 대상으로 퍼지는 코로나 19까지 전 세계에서 창궐하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분열되고 싸우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누가 인류를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이름 붙으며 인류를 찬양한 린네가 다시 돌아와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명명을 없던 것으로 되돌리지 않겠는가.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저자는 인류의 명칭이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최근 신과 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의 ‘호모 데우스’라고 명명되는 것에 반대한다. 21세기에 들어 집단 지성은 바닥을 들어내고 세계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호모 에고티스티쿠스’ 또는 ‘호모 나르키소스’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호모 나르키소스’란 ‘지구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아프리카 출신 유인원의 한 종’으로 정의된다. 현대 인류를 규정하는데 더없이 적절한 명칭이 아닐 수 없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방법은 죽는 것이다. 죽는 것에 실패했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아기 낳기를 자제하는 것이다.” P.147

“인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으며, 과학기술로는 지구를 차갑게 식히기가 쉽지 않다고 결론지은 작가 로이 스크랜튼은 "개인이 아니라 세계인으로서 죽는 법을 배우라"고 충고한다.” P.163

마치 허무주의자처럼 보이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단지 그가 시니컬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도 지구 전체가 아닌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보고 냉정하게 내린 판단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바꿀 수 없거나 바꿀 마음이 없는 항로를 따르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이 풍부한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고통받는 다른 존재에게 더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해 나간다면 이 모든 것이 기대보다 오랫동안 지속될지 누가 알겠는가?” P.172
 

그렇기에 책 말미에 저자는 인간이 스스로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희망을 미약하게나마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멸망의 위기를 인간은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위기를 이겨낸 인간이 인간찬가를 소리 높여 부를 수 있을까. 혹은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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