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규제의 역설’ -행동의 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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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규제의 역설’ -행동의 무개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9.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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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규제의 역설’ 표지 이미지 / 사진 = 페이퍼로드
책 ‘규제의 역설’ 표지 이미지 / 사진 = 페이퍼로드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규제란 무엇일까.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는 이렇다. 규제란 누군가 하고싶어 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 제지를 한다. 제지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교통법규 위반처럼 벌점을 부과할 수도 있고 벌금이나 범칙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혹은 특정 기준을 많이 넘어가거나 비난받기 충분한 위반을 한 경우에는 징역을 살 수도 있다. 규제란 이렇게 특정한 기준선을 그어놓고 선을 넘지 못하게 제지하면서 선을 넘은 사람들은 기준에 맞는 처벌을 하는 것이다.
 
규제라고 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법에 제정되있는 조항들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개인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규제는 굉장히 범위가 넓어진다. 법령으로 제정되지 않은 사항도 규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이는 자기 마음대로 누군가를 때릴 것이다. 어떤 이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그냥 가져갈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자동차가 허락하는 최대 속력으로 도로를 달릴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가감없이 행동한다면 결과는 분명하다. 사회는 절대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그 구성원인 개인들의 공동생활을 통해 유지되며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사회규범이 존재한다. 다른 말로는 관습 혹은 도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에 앞서 그러지 못하도록 제동을 거는 내면의 장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문서에 명시화되어 있지도 않지만 이 역시 규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내적규제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같이 변화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제동이 걸렸던 표현이나 행동이 문제없는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거리낄 것 없던 행동이나 표현이 지금에 와서는 지양해야 할 것 혹은 더 나아가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내적규제는 사회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만큼 사회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발맞춰 바뀌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러나 규제에는 내적규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규제’라는 단어를 봤을 때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 법이나 규칙과 같이 사회통제를 통한 규제, 즉 외적규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외적규제, 즉 규제법은 국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에서 제정된다. 국민들의 대표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의 요구사항에 걸맞는 시기적절한 규제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규제를 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상황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모든 규제의 취지는 조금 더 좋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떤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를 제정하여 실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9년 정부의 입법예고가 1993건인데, 이 중 규제로 분류되는 것이 876건에 해당한다. 전체의 약44%가 규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9년에만 정부가 유난히 많은 규제법안을 제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항상 많은 규제를 만들어 왔고 실행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규제가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최고로 살기 좋은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모든 규제가 의도에 맞는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규제의 역설 때문이다.
 
한국규제학회에 소속된 학자이자 동양미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최성락 교수의 책 『규제의 역설』은 규제의 원래 의도와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 현상, 서명과 동일한 ‘규제의 역설’의 실제 사례를 돌아보는 책이다. 규제의 역설은 현대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며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법령을 제정하여 실행한 이래로 지역과 시간을 망라해 존재하는 현상인 것이다. 저자는 실례를 돌아보며 어째서 이러한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지, 규제의 역설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규제의 역설』에서는 크게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사람을 보호하고자 했던 의도’, ‘사적 이익의 제한’, ‘시장 보호’, ‘선의의 피해자들’, ‘잘못된 진단으로 인한 규제’, ‘하면 된다는 생각’ 등 일곱가지 유형의 규제의 역설을 제시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저자가 저서의 내용 전체를 할애해 원래 의도와는 동떨어져 ‘본전도 못 건진’ 바보같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규제를 전부 없애라는 것인가’하는 물음이 생긴다. 그러나 저자는 규제가 필요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 유지를 통해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더 나아가 준비가 미흡해 효과가 없어진 ‘실패한 규제’와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규제’를 구분하여 전자는 시행착오를 거듭해 다듬어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후자는 처음부터 제정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는 이미 역사적 경험이 존재해 연구가 이루어진 정책이기에 그 결과를 앞서 예측할 수 있어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다를 것이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규제가 규제의 역설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제가 어째서 집행되는가. 저자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고집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의 여지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단 두 사람이 모이기만 해도 서로에게 지켜야 할 ‘선’과 예의가 존재한다. 이는 각자의 나이나 직책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규제’이다. 이를 어기면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진다. 단 두 사람 사이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규제’가 존재하는데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 사회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규제’는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할 것인지 헤아리기 어려워 진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우리는 어떤 것이 ‘규제의 역설’을 발생시킬 ‘쓸모없는’ 규제인지 가려봐야 한다. 복잡해져만 가는 현대사회에서 피해만 일으키는 규제의 역설을 감수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규제를 가려낼 구성원들의 주의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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