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몸에도 미니멀리즘’ - 내 몸에 실천하는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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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몸에도 미니멀리즘’ - 내 몸에 실천하는 무소유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9.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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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몸에도 미니멀리즘’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몬북스
책 ‘몸에도 미니멀리즘’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몬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1960년대 미술사조에서 등장하였다. 현란한 기교를 지양하고 미술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미니멀리즘은 점차 그 영역이 넓어져 음악, 연극, 문학 등 예술분야 전체로 확대되었다. 국내의 뉴스기사를 검색해보면 미니멀리즘이 1970년대부터 등장하고 있는데 내용은 미국 내 예술분야 사조의 변화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이후로 이어지는 미니멀리즘을 언급하는 기사는 예술분야의 동향, 예술가의 개인전 개최 등 예술분야에 국한되고 있다.

그런데 대중들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은 위와 같은 예술제반분야의 한 사조라기 보다는 ‘비우는 삶’, ‘버리는 삶’, ‘가벼운 삶’ 등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 간단하게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종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미니멀라이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영미권에서 미니멀라이프의 효시로 간주되는 사람은 미국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직접 2년 간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기록을 담은 ‘월든’은 19세기 출간된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후 1990대에 들어서 오프라윈프리쇼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쌓은 자넷 루어스가 쓴 저서 ‘The Simple Living Guide’를 통해 대중운동 중 하나로 발전했다.

국내에서 간소한 삶으로 유명한 사람은 지금은 입적한 법정스님일 것이다. 그는 줄곧 무언가를 갖고자 욕망하는 집착을 내려놓는 무소유의 정신을 설파하였다. 더불어 그는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직접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지 아까워서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정말로 필요한 물건들만 집안에 남겨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가는 미니멀라이프는 무소유의 정신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단지 내 방을 정리하고 내 집을 간소화하는 것을 넘어서 내 몸에 실천하는 미니멀리즘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작가 황민연의 책 『몸에도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동반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몸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더 정확히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단순화하는 것이 몸을 위한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저자는 자신이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의 누구나 날씬하다고 말해줄 만큼 실제로 날씬한 체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 자취를 하면서 술과 다양한 배달음식 및 인스턴트 식품을 먹기 시작하자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처음엔 팔다리는 가늘지만 배만 불러가는 마른 비만이었지만 점차 팔다리까지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밤낮이 일정치 않는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지자 결국 일이 터지고 만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 시행한 위내시경에서 보통보다 큰 염증이 발견된 것이다. 정밀검사 결과 암은 아니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저자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저자는 바로 건강식을 찾기 시작했다. 치킨, 피자, 케이크, 튀김, 떡볶이 등 기존에 즐겨 먹던 음식들은 치우고 그 자리를 고구마, 통밀빵, 닭가슴살, 달걀, 우유 등 소위 건강한 식단으로 바꾼 것이다. 덧붙여 그는 운동을 시작했고 하루에 먹는 음식량을 칼로리로 계산하여 1400칼로리로 제한한 엄격한 식단을 먹었다.

저자는 분명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지긴 했다. 그렇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재발하고 여전히 속이 불편했다. 조금이라도 과식하면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기까지 했다. 몸에 좋다는 음식에 운동도 하고 심지어 칼로리도 제한하기까지 했는데 왜 계속 몸은 안좋고 심지어 살이 불어나기까지 하는 것일까. 이런 생활 와중에 저자는 큰 변화를 겪는다. 바로 자연식물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자연식물식이란 WFPB diet(Whole Food Plant-Based diet)의 번역어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당신이 병드는 이유』의 저자 콜린 캠벨이 1980년대에 영양학자들과 식물성 식품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때 처음으로 사용했다. 자연식물식은 단어 그대로 육류를 제외하고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먹는 식단이라는 뜻으로 현미, 고구마, 감자, 채소, 나물, 과일 등을 간단히 찌고 데쳐서 먹거나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채식과 다른 점이라면 채식은 동물성 성분이 없는 식품이라면 거부하지 않고 먹는다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콩으로 만든 고기, 동물성 성분이 없는 아이스크림 등이 개발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자연식물식의 입장에서는 실제 고기와 아이스크림보다는 더 나을지라도 마찬가지로 ‘가공’된 식품들이기에 지양한다. 이 지점이 자연식물식와 채식의 다른 점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 책은 저자가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나서 2년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그는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살이 빠지고 피부가 건강해져 화장품을 치워버렸으며 심박수가 정상치로 돌아왔고 심각하던 생리통이 줄어들었다. 일련의 변화들을 통해 몸이 가벼워지고 체력이 붙고 신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자 자연히 여유가 늘어나 이 여유로운 공간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사랑하기에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는 음식들과 화장품, 외모에 대한 집착 등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식물식을 하는 삶이 더욱 공고해져가는 것이다.

저자가 자연식물식으로 식단을 전환하고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는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상대적으로 젊고 개방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직장에서는 그가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접하지 않고 자연식물식을 먹는다는 것에 그렇게 먹어도 괜찮은지 걱정을 하긴 해도 ‘특이한’ 저자에게 앙심을 품거나 불이익을 주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회식을 가더라도 자연식물식을 하는 저자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같이 고민하고, 저자의 생일에는 ‘샐러드 케이크’를 준비해주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했기에 저자가 좀 더 수월하게 변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한 그를 지지해주는 그의 가족들 역시 변화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고기 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의 아버지가 저자를 위해 집 주변에 텃밭을 만들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재배해 저자에게 보내줄 정도로 저자를 믿고 지지해주는 모습은, 자신이 변하고자 해도 자연식물식을 한다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운 가족들과 살거나 회식에서 고기와 술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을 통해 건강한 신체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소득이 줄어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떠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단은 다른 이에게 강요할 수 없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나 자신을 갉아먹는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 조금은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집에서 먹는 식사만큼이라도 자연식물식을 통해 나 자신에게 사랑을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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