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 온 세상이 학교인 아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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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 온 세상이 학교인 아이를 만나다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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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표지 이미지 / 사진 = 천년의상상
책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표지 이미지 / 사진 = 천년의상상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책을 읽는 내내 임하영 군의 부모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용기, 아이의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아이의 변화 이전에 자신들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함을 아는 겸손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그들의 바른 가치관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 부모 밑에서 이렇게 멋진 아들이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간 임하영 군이 내 자식인양 자랑스러웠다. 그가 열아홉의 나이까지 경험한 세계는 팔십 인생 못지않았다. 한편으로, 이 놀라운 인간의 가능성을 우리는 어려서부터 차곡차곡 짓밟아버리는 교육을 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제도권 학교가 제 구실을 못함으로 생긴 홈스쿨링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부모들이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자녀가 인간이 가진 학습 욕구, 자기주도적인 의지를 마음껏 발휘하도록 돕고자 한다면 방법이 없지 않다. 다만, 그럴 용기나 그럴 의지가 부모에게 있기 힘들 뿐이다.

부모 자신이 학교 다니며 문제의식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다면, 그래서 그것이 대물림 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자각하지 못한다면, 홈스쿨링은 매우 위험하고 대책 없는 선택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뼈저린 문제의식’, ‘끔찍한 일이란 자각’이란 실제로 제도권 학교가 꼭 그렇기만 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못 느끼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제도권 학교는 매우 좋은 교육 기회의 장이다. 조금 불만은 있으나 그것도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며, 그들의 선택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에는 분명 엄청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것을 개인이 통째로 바꿀 수는 없으므로, 매우 개인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홈스쿨러라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온 세상을 학교로 삼는 언스쿨링이라니! 임 군의 부모가 선택한 언스쿨링은 배움의 주체가 아주 명백히 아이들 자신이라는 부모의 자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이들이 가진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과 재능을 스스로 알아내도록 부모는 그저 아이에게 끊임없는 호기심을 불어넣어주며, 호기심이 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수년 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우승을 한 가수가 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음악적 감수성과 깊이에 놀랐는데 알고 보니 초등학교를 다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별 관심도 없는 공부에 매이지 않고 게으른(?) 삶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 온 젊은이였다. 같은 오디션의 선배인 또 다른 가수는 대안학교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제도권으로 흡수된 전남의 한 학교 출신이었다. 그 학교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학생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학교로 알고 있다.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일찍부터 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노래를 들어봤을 성공한 가수가 되었다.

하영 군의 부모만큼 철저한 경우는 아니지만, 두 가수의 부모는 자식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을 발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고, 적어도 불필요한 간섭으로 자식의 가능성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하영 군 부모를 비롯하여 두 가수의 부모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즉,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만이 이러한 대안적 교육의 장을 자녀에게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하영 군과 두 가수는 매우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이 가능하도록 돕기로 작정한 부모가 곁에 있었으니 말이다.

하영 군의 또 다른 특징은 질문을 통해 깨달아갔다는 것이다. 배움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아이의 질문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오히려 더 나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질문이 많은 학생은 친구들도 싫어하고 선생님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저 주는 거나 잘 먹으라는 식의 교육이 영‧유아 때부터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하영 군이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닌 잘 익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음껏 질문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게 한 부모의 노력이었다. 자신들이 다 답을 해 줄 수 없는 것을 알았을 때, 백과사전을 마련해 주어 생기는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다. 혼자서 여수 엑스포를 가도록 했고, 미국의 지인의 초청에 응하게 했으며, 미성년자임에도 거의 석 달 간의 유럽 여행을 허락했다. 그냥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가진 질문에 답을 얻으려는 여행이었고, 그렇게 아들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혼자서 충분히 해 낼 것이란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교육이다! 일반적인 부모, 학교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얼마 전, 산책로에서 어린이집 아이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교사들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도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긴 줄에 고리가 달여 있었는데, 그 고리를 아이들이 하나씩 잡고, 두 명의 교사는 앞뒤로 그 줄을 잡고 걷고 있었다. 아마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돌발행동을 못하게 하려고 한 것 같았다. 그 후, 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 본 것을 말했더니 자신 때도 그랬다는 거였다. 두 달 다니다 만 어린이집에서 겪어보았다고 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지! 우리 교육의 단면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에 변화를 일으킬 거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아래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이 이 젊은이의 책을 읽고 많이 반성하면 좋겠다. 그의 자기 성찰 능력을 부러워하면 좋겠다. 그래서 좀 더 겸손한 어른들이 많아지고, 자기 마음대로 자식을, 학생을 다루려는 어른들이 바뀌면 좋겠다. 성공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면 좋겠다. 이 책이 그런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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