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아무튼,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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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아무튼, 하루키’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8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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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무튼, 하루키’ 표지 이미지 / 사진 = 제철소
책 ‘아무튼, 하루키’ 표지 이미지 / 사진 = 제철소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봅니다. 익숙한 지점들이 눈에 밟힙니다. 옛날에 살던 동네 어귀에 서 있던 느티나무나 큰 돌처럼, 돌아온 독자를 반겨주는 단어와 문장들입니다. 동시에 무언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책 속 문장이 다른 문장에 자리를 내주고 걸어 나갔거나, 등장인물이 싹 교체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잊지 못할 인생의 책을 갖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문장의 단어배열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지만, 문장을 받아들이는 내 눈은 나이를 먹었습니다. 한 작품의 팬을 넘어, 그 작품을 써낸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책을 모조리 섭렵했다면 이런 일의 발생 빈도가 더 잦을 것입니다. 기억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는 대신 계속 좋아하기로 했다면, 작가의 고유한 무늬를 계속해서 만나게 될 테니 말입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디포인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모먼트 DB

<아무튼, 하루키>의 저자는 하루키의 스타일에 매료된 열다섯 살 무렵부터 오랫동안 그의 문장을 마음속에 담았습니다. 이해하기엔 난해했던 그의 세계를 통째로 외워버렸고, 오랫동안 문장이 마음속에 엉겨 붙어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은 하루키에 대한 매끈한 찬사가 아닙니다. 대신 어느 순간 덩굴처럼 달라붙은 하루키의 문장들을 성장하는 삶의 나이테와 함께 보여주는, 어떤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 건져낸 문장 : 디가 떠난 날이 2월 29일이라서 남편과 나는 매년 2월 28일이면 참치 캔을 앞에 두고 초코파이에 초를 꽂는다. 너울거리는 촛불 아래에서 디의 사진으로만 만든 앨범을 넘기며 디를 추억한 뒤 참치 캔은 조르바와 노바에게 주고 초코파이는 나와 남편이 나눠 먹는다. (p.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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