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의 긴 백야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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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의 긴 백야 속 이야기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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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PDF로 된 E-book에 관심이 생겨, 여행 카테고리를 뒤적이다가 ‘북유럽’이란 단어에 꽂혀서 책을 펼쳤다. 여행 에세이인데 사진이 아닌 그림이 가득했다. 글쓴이가 정말 멋있게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일천한, 특히 스케치에는 젬병인 사람으로서 매우 부러웠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그리고 덴마크를 차례로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놓은 책으로, 북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동기 부여 및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꼭 거길 가진 못하지만, 그림을 감상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간 것 못지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네 나라 이야기를 조금 살펴보겠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수오미(Suomi)라 부른다. Suo는 호수를 의미한다. 즉, 호수의 나라란 뜻이다. 그 만큼 호수가 많고 숲이 아름다운 나라가 핀란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헬싱키는 핀란드의 수도이며 여행의 시작점이다. 생각 이상으로 소박하고 따뜻한 도시였다고 한다. 예전에 핀란드는 스웨덴, 러시아의 지배를 오래 받았다. 그렇다 보니 침략자의 흔적들이 많다. 저자가 본 헬싱키의 여름 백야는 White가 아닌 Blue였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상상이 되었다. 해가 뜬 것도 진 것도 아니라 까만색이라야 하는 하늘에 빛이 스며들어 푸르스름하게 밝은 하늘이 보였다. 동시에 북유럽 특유의 우울함이 느껴졌다. 더구나 8월의 기온이 10도 안팎이라 이국에서 날씨마저 고향과 너무 다르니, 거기서 오는 외로움 비슷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외로움을 지불하고 얻은 여행의 시간은 평소라면 쪼개서 썼을 시간을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릴 기회였다고 그는 말한다.

언젠가부터 북유럽 디자인 혹은 북유럽 스타일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왜 북유럽 디자인 혹은 북유럽 스타일이 유명한가 했더니 그 이유가 북유럽의 날씨와 연관이 있었다. 북유럽은 춥고 긴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야외활동에 제약이 많다.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니 실내 공간을 안락하게 꾸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스툴 60이란 의자의 그림을 보니 눈에 많이 익은 의자다. 그 의자를 디자인한 사람이 핀란드의 알바 알토로 아르텍의 창립 멤버란다.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노키아다. 노키아는 탐페레라는 핀란드 최초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내륙도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 무민이란 캐릭터도 빼먹을 수 없다. 핀란드 난탈리에는 토베 얀손의 동화 시리즈 속 캐릭터들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무민월드가 있다. 여느 테마파크처럼 놀이기구 중심이 아니라는 게 특징이다. 여기는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동화 속 인물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반도와 13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다. 스톡은 ‘통나무’, 홀름은 ‘섬’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 둘이 결합하여 스톡홀름이 되었다고 한다. 스톡홀름 하면 노벨이 생각난다. 그가 태어난 도시니 말이다. 또 크리스티나 여왕도 떠오른다. 데카르트가 그녀의 선생이 되었다가 건강이 나빠져 결국 빨리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런데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비록 10년밖에 통치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의 발전에 상당히 기여했고, 매우 똑똑하고 학구적인 여왕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왕위를 내려놓은 이유는 카톨릭으로 개종하기 위해서였단다. 여왕으로 있는 한 국교인 루터교를 버릴 수가 없었다고.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양성평등이 잘 정착된 나라라고 한다. 2016년에는 유럽 최초로 여성 징병제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여성 징병제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간다. 또 빙하와 피오르, 높은 산지가 많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경작지가 국토의 3%밖에 안 된다니, 얼마나 척박한 땅인지 알 것 같다. 바이킹들이 영국에 도착하여 이렇게 좋은 땅이 있나 놀랐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북해도 유전이 터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부유한 나라였을까.

덴마크는 국가 청렴도 지수가 세계 1~2위의 나라다. 덴마크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상당히 신뢰한다. 부유층은 소득의 60%이상 세금으로 내는데도 불만이 없단다. 복지를 통해 합리적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층 간 불화가 크지 않고, 자살률도 높지 않다. 아프면 의료비, 입원비도 전액 무료다. 이러한 사회보장제도의 기초를 1933년에 닦았다고 하니 참 놀라울 뿐이다. 투명한 행정이 이루어져서 국민들이 건강한 민주주의를 누리는 덴마크, 한국 정부도 덴마크를 롤모델 삼아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덴마크, 하면 안데르센을 빼 놓을 수 없다. 그의 동화가 새드 앤딩인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실제 안데르센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니 그가 쓴 동화는 어린아이를 위한 것이기 보다 어른들 용이 아니었을까? 햄릿도 있다. 셰익스피어가 덴마크의 전설을 각색해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관계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레고다. 덴마크는 레고의 나라다. 1932년 한 목수가 나무로 만든 완구가 지금의 레고로 발전했다.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 표지 이미지 / 사진 = 상상출판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 표지 이미지 / 사진 = 상상출판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그림이 있는 페이지에 북마크를 해 놓았다. 가끔 들여다보려고 한다. 수오멘린나로 가는 페리, 잘카사리의 백야, 난탈리, 송네피오르, 브릭스달 빙하, 프레케스톨렌 604미터짜리 수직 절벽, 크론보르 성 등 20점정도 되는 것 같다. 사진이 주는 명료함과 다른, 그림이 주는 여백과 상상을 자극하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든 그곳을 방문한 개인마다 다르게 본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은 사진보다 매우 개인적인 경험의 외현이다.

저자의 홈페이지가 있어 들어가 보니 드로잉을 가르치는 일도 하는 것 같았다. 또 여행에서 그렸던 그림으로 Goods를 만들어 판매도 한다. 자신이 좋아서, 잘해서 하는 일로 즐기면서 돈도 버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 노동에 갇히고, 시간에 억눌리지 않고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삶을 즐기며 누리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야 세상도 더 행복해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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