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신체반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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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신체반응의 의미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9.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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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표지 이미지 / 사진 = 북라이프
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표지 이미지 / 사진 = 북라이프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예고없이 쪽지시험을 본 경험이 있는가? 수업 중에 창 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칠판 앞에 불려나가 문제를 풀어본 경험은? 약속 시간에 빠듯하게 집에서 나가 대중교통을 타려고 하는데 집에 지갑을 놓고 나왔던 적은 어떠한가? 이 외에도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사건을 마주하여 등골을 타고 머리로 소름이 올라오고 체온이 급격히 낮아진 듯한 느낌이 들고 식은땀이 흘렀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는 곧 스트레스이며 짧은 스트레스 폭발이 신경계를 깨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면역계와 심혈관계를 강화하고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킨다. 화재가 난 건물에서 빠져나오거나 갑자기 달려드는 차를 피할때와 같이 빠른 판단과 빠른 반응이 필요할 때 빠른 신체반응을 촉발시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문제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특히 기약이 없이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만성적이고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심장질환, 우울증,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인체에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세 가지 체계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체성신경계로 우리 몸이 일어나 움직이도록 지시를 내리는 신경계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기능한다. 두 번째는 자율신경계이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트레스에 반응하면 교감신경이 작동하여 심장박동과 호흡 수가 증가하고 동공이 확대되는 등 신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준비를 담당한다.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과 반대로 작동하여 신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 번째는 신경내분비계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두 가지 핵심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 체계는 두 가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야생에서 맹수에게 공격당하는 것과 같은 생명이 위험한 응급상황과 달리기나 특정 작업을 마감일까지 맞추기 위해 잠시 큰 에너지가 필요할 때처럼 생명에 위협이 없는 단기 스트레스 상황이 그것이다. 
 
문제는 초원에 살던 조상들의 몸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몸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자꾸만 압박하는 상사,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세금계산, 사람들이 꽉 들어찬 대중교통 등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는 사방에서 달려든다. 그러나 우리 몸의 대응체계는 정말 생명이 위급한 상황의 스트레스와 일상에 포진한 만성적인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동일하게 반응한다. 물론 맹수가 달려들 때 보다 세금계산서를 작성할 때 덜 활성화 되겠지만 활성 메카니즘은 동일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은 신체에 무리를 가하지만 특히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된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특히 뇌의 해마, 전전두엽피질, 편도체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데 해당 부위는 각각 기억, 집행 기능, 기분 조절의 중추이다. 해마의 경우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해마세포가 코르티솔 수용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가 고농도의 코르티솔에 노출된 경우 처음엔 일시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손상되기 시작하여 해마세포가 줄어든다. 해마보다는 덜 민감하지만 작업기억, 의사결정, 유연한 사고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 역시 코르티솔에 장기간 노출되면 세포가 손상되는 것이 밝혀졌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앞선 두 부위와는 다르게 오히려 너무 과열되어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고 쉽게 흥분하게 만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뇌에 강렬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벗어나거나 피해가 없도록 다스리는 방법은 없는걸까. 뇌를 더 잘 알고 더 잘 사용하기 위해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은 뇌의 작동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동물이 동물답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는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주요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다른지, 생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뇌의 각 부위의 기능은 무엇인지 등 fMRI 등 최신 기술의 등장으로 어느정도 그 실마리가 풀리고 있지만 뇌는 여전히 그 진실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런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은 자신의 뇌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뇌과학자 웬디 스즈키의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는 미지의 세상인 뇌를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뇌과학자의 분투기이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기반으로 뇌의 작동 방식을 탐구해가는 자전적 에세이와 같은 책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뇌과학자로서 활약하던 저자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뇌과학에 대한 지식을 삶에 대입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의 경험이 뇌를 변화시킨 것을 감지하여 그 원리가 무엇인지 탐구해가는 일기처럼 읽힌다. 특히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면 운동을 하기 전보다 머리가 명료해지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을 발견한 저자가 운동과 뇌 활동의 관계에 탐구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왜 책의 제목이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인지 잘 나타내는 부분이다. 
 
운동과 뇌의 연관관계 뿐만 아니라 뇌의 신경가소성, 기억, 뇌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뇌의 보상체계와 중독, 창의적 사고, 우울과 명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결과를 가볍게 맛볼 수 있다.
 
뇌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지만 다른 부분에 비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뇌의 모든 부분을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알려진 부분이라도 알아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뇌를 좀 더 효율적이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잘 기억하고,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스트레스에 유연히 대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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