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팬데믹의 역사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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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팬데믹의 역사와 의미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8.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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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표지 이미지 / 사진 = 살림
책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표지 이미지 / 사진 = 살림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 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이 나고 전 세계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빙하기 동안 주로 해안가에서 거주했던 우리의 조상들은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자 점점 내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높아지자 내륙에는 열대우림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추운 날씨에 적응해 살던 매머드와 같은 덩치가 큰 생물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 돼지나 사슴과 같은 몸집이 작은 동물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견과류와 야생 딸기류 등 새로운 식량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즉, 빙하기가 끝나면서 변화한 자연환경은 인류가 섭취하던 식량의 종류를 변화시켰다. 빙하기 동안 덩치가 큰 동물을 사냥하면서 식량을 수급했던 인류는 더 이상 이러한 방식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지자 기존과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종을 유의깊게 찾기 시작했으며 더욱 적합하도록 개량하기 시작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농경’이라고 부른다.
 
농경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인류의 공동체는 규모가 점점 더 커져갔고 시간이 흘러 문명이 설립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4대 문명이 농경을 기반으로 설립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농경이 긍정적인 요소만 가지고 있을까? 농경으로 인한 여러가지 부정적인 측면 중 하나가 바로 ‘전염병’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전염병은 인간이 수렵으로 생활하던 시대에도 존재했다. 대부분 식량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다 입은 상처를 통해 감염되거나 혹은 특정 지역의 풍토병에 걸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렵을 통해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전염병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염병이 도는 지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이전과 같이 전염병에 대응할 수 없었다. 삶의 터전인 자신이 일군 대지를 떠나는 것 역시 생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가축으로 인한 전염병이 인간을 덮치곤 하였으며 수렵으로 생활하던 공동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밀집된 생활환경은 전염병의 전파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결국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수렵 시대보다 급속히 증가하게 되었다.
 
농경이 시작됨과 동시에 공동체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마을, 도시, 왕국 순으로 점차 커져가던 인류 집단은 대륙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제국에 이르게 되었다. 제국의 탄생은 여러 거점 지역을 효율적으로 연결했으며 이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리고 점차 연결되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전염병 역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게 됐으며 이는 인류 역사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전염병 역사에 대한 권위자인 김서형 교수의 책,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기존에 공존하던 전염병이 어째서 강력한 위협으로 나타났는지를 인간의 역사를 짚어가며 설명한다. 작은 집단으로 서로 떨어져 살아가던 수렵시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전염병이 어째서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강력해졌는가. 그에 따르면 전염병은 사람이 많을수록, 인구가 밀집할수록, 다른 지역과 교류가 활발할수록 강력해진다. 그리고 이 측면에서는 불행하게도 문명의 발전이 정확하게 전염병이 전파되기 좋은 형세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짚어낸다. 책에는 천연두, 흑사병, 콜레라, 결핵, 1918년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에이즈 등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에 남은 전염병들이 어디서 발원하여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쉽고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전염병들이 맹위를 떨칠 수 있었던 공통적인 이유로 인구의 증가와 전 세계적인 규모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설립을 꼽는다. 강력한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천연두이다. 스페인 함대에 침공으로 멸망했다고 알려진 아즈텍 제국과 잉카제국은 스페인군 자체의 무력보다는 그들에게서 전파된 천연두로 인해 멸망하였다. 아즈텍 제국은 인구의 4분의 3이 천연두와 그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이 지역의 인구가 아즈텍 제국 시절만큼 회복된 시기가 19세기 말엽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염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잉카제국 역시 스페인군이 침략했을 때 이미 천연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 개의 강력한 제국을 무너뜨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를 뒤바꿔버린 전염병인 천연두는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병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던 훈족들이 영토를 넓히면서 아프로-유라시아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대륙 중앙에서 발원했던 전염병이 대륙 곳곳에 퍼진 후 바닷길을 따라 다른 대륙에 이른 것이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황열병이 흑인 노예의 강제 이주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되었으며 반대로 아메리카 대륙의 풍토병이었던 매독이 같은 양상으로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에 전파되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따라 퍼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저자는  코로나 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강력한 전염병이 유행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당시 사람들이 전염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물론 당시의 사람들은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고 효과적인 대처를 취하진 못했지만 역사를 돌아보면서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행했던 전염병들과 그에 맞섰던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이 두렵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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