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부모 면접을 시작합니다,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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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부모 면접을 시작합니다, '페인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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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인트’ 표지 이미지 / 사진 = 창비
책 ‘페인트’ 표지 이미지 / 사진 = 창비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뜰 때까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선택으로 삶의 무늬를 짜 내려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선택의 출발점은 타인의 의지다. 스스로 원해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은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선택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이다.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아이들은 부모의 권한을 존중하고 지시를 수용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은 몇 살 때부터일까?
 
책 <페인트>의 세계에서는 13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정부에서 운영하는 NC센터에 사는 아이들은 13살부터 부모 면접에 참여한다. 지금의 입양 제도에서처럼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면담과 평가를 거쳐 자신의 부모를 직접 결정한다. 총 3단계에 걸친 면접 과정을 통해 예비 부모가 자신에게 적합할지 가늠하는 것이다. 책 제목인 <페인트>는 NC센터의 아이들이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일컫는 은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주인공 제누301은 NC센터에서의 생활을 2년 남짓 남겨놓은 17살 청소년이다. 20살까지 부모를 찾지 못하면 혼자서 센터를 나가 NC센터 출신이라는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살아남아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제누는 섣불리 부모를 선택하지 못한다. 그의 눈에는 지원금 등 정부 혜택을 노리는 예비 부모들의 투명한 욕망이 보인다. 위선적인 예비 부모들에 지친 제누는 어느 날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은 듯한 예술가 부모를 마주한다. 
 
아이가 부모 대상자를 평가하고 선택한다는 설정 자체가 도발적이고 신선하다. 어른들에게는 불편한 상상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과 부모의 권위에 복종하고 그들의 소망을 내면화하는 일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현실을 전복하는 상상력은 서 있는 곳을 진단하는 좋은 도구다. 가족은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신념은 독자에게 현재 필요한 가족의 의미를 고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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