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죽음에서 삶을 읽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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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죽음에서 삶을 읽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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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은 자의 집 청소’ 표지 이미지 / 사진 = 김영사
책 ‘죽은 자의 집 청소’ 표지 이미지 / 사진 = 김영사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다음이다. 죽음을 아무리 철저히 예비해도 생명이 빠져나간 육체는 물리적인 흔적을 남긴다.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을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삶을 홀로 마감할 때 이 책의 저자는 현장에 출동할 준비를 한다. 
 
저자는 특수청소업에 종사한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 수습하기 곤란한 일이 벌어졌을 때 서비스 요청을 받는다. 혼자 살던 사람이 난폭하거나 돌연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쓰레기나 오물이 산처럼 쌓였거나, 동물 사체가 즐비한 현장이 그의 일터다. 특수 장비로 무장하고 망자가 남긴 흔적을 묵묵히 마주하면서 그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1, 2부로 나누어진 책의 1부에는 저자가 일터에서 목격한 믿기 힘든 광경과 이야기가 소개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분리수거를 한 사람이 있고, 수천 개의 오줌 병을 늘어놓은 전 세입자가 있으며, 직접 전화해 세간의 청소비용을 물은 후 자살한 사람이 있다. 2부에서는 이야기의 반경이 조금 더 넓어진다.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업의 보람과 고충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되새긴다. 힘든 하루를 보낸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일면식도 없는 여자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죽는 것이 아주 고통스럽지 않은지 묻는 전화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저자는 여자가 이미 목숨을 끊을 준비를 마쳤음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해 누군가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서 편견 없는 투명한 눈을 갖게 된다. 고독한 죽음에는 정해진 세대도, 성별도 없다. 죽음의 모습은 삶의 생생한 민낯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저자는 그 사람의 삶을 지극히 상상한다. 그리고 죽은 자를 위로함으로써 결국 산 자를 위로한다. 그의 작업은 죽음과 삶이 서로의 그림자이자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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