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 인체 해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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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 인체 해부의 의미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8.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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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더숲
책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더숲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지난 1999년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허준’에서는 주인공 허준의 의술을 높이기 위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체에 손을 대는 것을 금기시 하던 조선시대에서 죽음을 앞둔 스승이 신체의 부패를 늦출 차가운 동굴로 스스로 찾아가 자신의 몸을 해부하여 병의 원인을 찾으라고 유언을 기는긴 모습과 그 유언을 듣고 스승의 사랑에 오열하며 유언을 따르기 주저하다 해부를 통해 인체의 오장육부를 상세히 기록해나가는 허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비록 허준이 실제로 해부를 했다는 기록은 없으며, 단지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스승의 신체에 칼을 대기 주저하는 모습이나, 해부가 끝난 후 인적 없는 장소에 조용히 묘를 마련하는 등 인체해부에 대한 세간의 거부감을 잘 표현한 장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신체해부에 대한 거부감은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에 와서는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사후 시신을 기증한다는 결정을 선듯 내리기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러나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체의 이해를 위해서는 해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 해부학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일본 준텐도 대학 의학부 해부학 교수인 사카이 다츠오의 책 <해부학 이야기>는 의학에 기반이 되는 해부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현대 일본의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실습할 때 어떻게 진행하는지, 해부학의 시선에서 인체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대중서적에 어울리게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외과 수술이 존재했다는 것은 인체 구조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달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완전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인체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인체 해부가 존재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약 기원전 18세기에 제정된 ‘함무라비법전’에서는 외과의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켜야 할 법률이 제정되어 있는데 의사가 수술하다 환자가 죽거나 눈을 수술해서 환자의 눈이 멀었을 때는 의사의 손가락을 잘라도 좋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다. 기원전 15세기 즈음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파피루스 문서에는 인체 해부가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약 2200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에 편찬된 의서 ‘황제내경’에서도 인체를 해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고대의 해부학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 활약했던 갈레노스(Galenos)는 비록 실제 인체를 해부하진 않았지만 원숭이를 비롯한 동물을 해부하여 그 내용을 많이 남겼다. 갈레노스는 단순히 동물 신체를 관찰하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장기의 기능이 무엇인지 실험을 통해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동맥, 정맥, 신경, 근육 등을 세밀히 묘사하여 현대에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결과를 남겨 오랫동안 의사들의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갈레노스의 학설은 오랫동안 권위를 인정받아 왔는데 이 권위에 대한 맹신이 대단하여 엉뚱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갈레노스의 서적은 동물을 해부한 것이기에 인체와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갈레아스는 흉골이 일곱 개로 이루어졌다고 기록하였는데 실제 인간의 흉골을 세 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순에 대해 당시의 학자들은 갈레아스 시절의 인간들보다 당시의 인간들이 퇴화하여 흉골이 세 개로 변화했다고 멋대로 믿어버리고 말 정도였다. 심지어 갈레노스는 책에 원숭이를 해부한 것이라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권위가 너무나 대단하여 인체를 해부해서 기록했다는 잘못된 믿음이 정설로 굳어진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지식은 16세기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가 등장하여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신체 해부는 메스로 직접 시신을 절개하는 집도자, 그 옆에서 막대기로 신체를 가리키는 지시자, 해부학 서적을 낭독하는 해부학자 등 세명이 분업화하여 이루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베살리우스는 정확한 진실은 서적이 아니라 신체에 있다는 믿음으로 직접 해부 및 해설을 진행하면서 갈레노스가 틀린 부분을 고쳐나갔다. 이를 통해 1543년, 현대에서도 통용되는 역사적인 해부학 서적인 ‘파브리카(Fabrica)’를 출간하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2000년대 이후로 유명무실하긴 하지만 학교 커리큐럼 상엔 개구리 해부 실습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0년 이후 적용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미성년자에게 체험, 교육, 시험,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해부 실습을 하게 한 자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되면서 학교의 해부 실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해부는 직접 접할 일이 없어지기에 가상의 이야기나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나 소설 같은 이야기, 간혹 해부 실습 중 문제를 일으킨 뉴스 등으로 접한 해부는 실제와 전혀 다른 부정적인 방향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해부학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 첨단 의료기술이 발전할때까지 인체해부는 의료기술 발전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해부 실습을 하는 이들은 의학 발전을 위해 자신의 시신을 기증해준 이들에 예를 갖춰 경건하게 해부실습을 하여 지식을 쌓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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