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연 속에서 발길 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사는 하루하루. 누군가에겐 매혹적인 자유와 낭만으로 들리겠지만,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인공 카야에게는 매일매일 싸워 이겨내야 할 처절한 고독입니다.
습지에 정착해 살아가던 카야의 대가족은 카야가 어릴 때 뿔뿔이 흩어집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을 떠난 어머니를 시작으로 언니오빠가 하나둘 떠나버리고, 마지막에 남은 아버지조차 카야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 걸’, 즉 습지 소녀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합니다.
카야는 살아남기 위해 두발로 홀로 서는 법을 배웁니다. 해변의 갈매기를 친구 삼아 자연을 탐험하고 관찰하면서 삶의 지혜를 깨우칩니다. 그러나 냉혹하면서도 편안한 자연과 달리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경계하면서도 고독에는 결코 익숙해지지 못하는 카야. 곁을 내준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후 더 이상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또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소설은 카야가 예민한 눈과 지성을 지닌 생태과학자로 성장하는 모습과 사랑 사이에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양 축으로 삼아 전개됩니다. 카야의 성장담을 살인 미스터리, 법정 스릴러와 절묘하게 버무립니다.
- 건져낸 문장 :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p.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