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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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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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표지 이미지 / 사진 = 위즈덤하우스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표지 이미지 / 사진 = 위즈덤하우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평범하지만 서로에게 특별한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린다. 당사자는 모든 준비와 실행의 순간을 고유하게 경험하지만, 제삼자에게 타인의 결혼식은 일상의 흔한 풍경 중 하나다. 이 책의 저자도 특별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외양만 보면 많은 하객이 한자리에 모인 떠들썩한 ‘한국식 공장형 웨딩’이다. 그런데 2020년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맥락에서 그의 결혼은 조금 특별한 위치에 놓인다. 저자와 와이프가 한국에서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동성혼으로 맺어진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다수의 신혼부부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수 없다. 혼인신고를 할 수 없고, 신혼부부 특별 공급 등 주거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수술 시 보호자 동의를 해줄 수 없고, 한쪽이 사망하더라도 상속을 받을 수 없다. 할 수 없는 것의 목록은 길다. 항공사 마일리지 가족 합산이 안 된다는 불편은 사소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결혼식을 꿈꾸는 동성 커플이 이런 난관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장애물에서 포기할 이유를 찾지 않는다. 대신 원하는 것을 온전히 얻지 못하면 노력해 최대한 가까운 곳에 이르면 된다고 마음먹는다.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저자는 이런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두드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 결과로 벽인 줄 알았던 것이 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회사에서 쉽게 신혼여행 휴가를 얻어내고, 자신이 원했던 보통의 결혼식을 올리고, 마일리지 문제를 해결한다. 책은 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성취에 집중하는 것이 일상의 차별과 혐오와 싸우는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변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싸움이 꿈을 현실화하고, 작은 노력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레즈비언의 결혼 도전기이자 도전을 앞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유쾌하고 건강한 응원가다.

“동화 속 공주님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아니더라도, 레즈비언 할머니 부부는 드디어 건강보험료를 같이 낼 수 있게 됐다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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