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응답하는 목소리들, '증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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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응답하는 목소리들, '증언들'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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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증언들’ 표지 이미지 / 사진 = 황금가지
책 ‘증언들’ 표지 이미지 / 사진 = 황금가지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각종 갑질 논란부터 가까운 사람이 툭 던진 한마디까지,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상처와 모욕감은 존엄성의 문제로 환원된다. 상대가 자신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로 취급할 때, 사람들은 존재의 위기를 경험한다. 
 
모든 것이 재화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도구화에 대해 어느 정도 둔감해지게 마련이다. 현실의 문제에 어느 정도 무감각해질 때, 극단적인 설정을 갖춘 디스토피아에서 거울상을 목격하는 것은 찬물을 뒤집어쓰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전작 <시녀 이야기>에서 여성이 자궁을 가진 생산기관으로 취급받으며 철저한 국가의 통제를 받는 현실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이 책은 2017년 ‘핸드메이드 테일’이라는 이름으로 훌루(Hulu)에서 드라마화되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34년 만에 나온 후속작 <증언들>에서도 소설의 무대는 역시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신정 국가, 길리어드다. ‘야곱의 아들들’이라는 원리주의 단체의 쿠데타로 지금의 미합중국이 무너지고, 성경 말씀에 의한 통치를 표방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들어섰다는 설정이다. <시녀 이야기>에서 시녀 오브프레드를 중심으로 감시사회의 숨 막히는 통제를 그려냈다면, <증언들>에서는 견고해 보였던 체제가 붕괴하는 과정을 다룬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다른 처지에 서 있는 세 명의 여자가 각자의 고백과 증언을 통해 이야기를 완성한다.  
 
길리어드에서 여자와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의무와 권리가 정해져 있다. 시녀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면 다른 집으로 옮겨지고, 집주인과 아내의 소유물로 취급된다. 억압과 착취가 극대화되는 계급이다. 너무 비인간적이어서 현실감이 없다고? 모든 소설적인 장치를 걷어내고 나면, 사람이 단순한 도구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이 남는다. 몇 년 전 많은 비판을 받았던 ‘가임기 여성지도’가 생각나기도 한다. 참, 작가는 <시녀 이야기>를 집필하며 인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사건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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