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죽음을 선택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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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죽음을 선택할 용기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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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표지 이미지 / 사진 = 부키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표지 이미지 / 사진 = 부키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우리 중 누구도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자는 없다. 아주 오랫동안 죽음도 덧없이 찾아오는 게 당연했었다. 오늘날은 과학, 기술, 의학 그리고 약학의 발달로 죽음을 매우 늦추는 데 성공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80세 이상을 사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죽음을 늦추는 것만이 능사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들어오는 것은 내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했지만, 이 세상에서 나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가면서까지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길 꺼려하는 사람, 두려워하는 사람, 아직은 남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선택되기 힘든 책일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잘 죽기 위해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책을 손에 들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질문은 잘 죽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말과 같다. 이 말은, 잘 사는 것은 어떤 것이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죽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이런 유의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잘 사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진정한 ‘어떻게 살 것인가’와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답변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자신이 찾은 답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죽음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만이 그래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그러는 게 그 아이의 삶에 유익하다. 그런 사람은 함부로 살 수가 없다. 불필요한 욕심에 매이지도 않는다. 작은 것에 만족할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은 그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반대로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것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책 안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사례가 상당히 많이 소개되고 있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거의 90이 가까운 노인들, 젊었든 늙었든 심각한 질병으로 죽음에 가까운 환자들 그리고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저자의 아버지가 나온다. 각 사람의 상황을 매우 객관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소개를 하고 있어 마치 내 주변의 사람이 겪고 있는 고충인 양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읽다가 80이 넘은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 때 마침, 또 방광염이 재발하여 항생제 주사를 맞으셨단다. 장염으로 며칠 고생하셨단다. 미국에서 도착한 여성용 유산균과 실론계피가루를 급히 가져다 드렸다. 또 아들을 불러 놓고, 만약 내가 중증 암이나 불치의 상황이 되었을 때 절대로 살리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당부, 늘 하는 당부지만 한 번 더 강조하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람이 독립적인 삶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면, 가족의 돌봄이 여의치 않으면, 수용소나 감옥과 비슷한 곳에서 통제받으며 살아야 하는가? 원래 의존적인 편인 사람들은 그런 환경이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남의 손을 빌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런 그들이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할 때, 그들의 삶은 매우 빠르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책에는 노인들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누리면서도 나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의존성도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시설에 대한 시도가 여럿 나온다. 앞으로 당분간은 젊은이보다는 늙은이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될 것이니만큼, 비록 육체는 노쇠하여갈지라도 그 속에 여전히 늙을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개성, 욕구를 배려하는 복지가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속의 여러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분명히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의사도 알고 환자나 가족도 아는 상황에서, 굳이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수술이나 치료로 환자를 더 괴롭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은 가족들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하는가? 
 
의사란 병을 치료하는 자이기 전에 환자를 한 사람으로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의사야말로 다른 어떤 직업인보다 매우 겸손해야 한다. 인간의 인체와 정신은 매우 복잡하며, 그것을 진심으로 알려고 노력했다면, 자신이 그것의 100분의 1, 1000분의 1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겸손함이 있는 의사는 질병 너머에 있는 환자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이런 의사라면, 환자가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남아 있는 생을 좀 더 가치 있게, 행복하게, 힘들지 않게 누리도록 인도할 것이다. 그런 의사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우리나라에서 허용되기 시작한 존엄사와는 약간 결이 다른 안락사가 처방되는 나라가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가 그렇다. 미국의 경우는 오리건주, 워싱턴주, 버몬트주 등이 그렇다. 그 처방의 근거는 이렇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성인 말기 환자가 그 대상이다. 그들이 스스로 여러 차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죽을 권리를 요청한 경우라야 한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 없다는 확인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의사가 아닌 또 다른 의사가 이 모든 조건이 부합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안락사가 가장 많이 선택되는 나라는 네덜란드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망자 35명 중 1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하니 상당한 비율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셈이다. 누군가는 인간의 생명을 너무 쉽게 포기하게 두는 것이 아니냐고도 할 수 있다. 또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에 비해 네덜란드는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확보해 줄 가능성이 있는 완화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뒤쳐져 있다고 한다. 
 
어째든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좋은 죽음이 아닌, 주변인들이나 사회 시스템이 말하는 좋은 죽음을 우리는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당사자가 끝까지, 호흡이 다하는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의사도 가족도 그리고 환자 본인도 아주 조금 남은 시간을 인정하고 그것을 소중히 배려하는 것이 좋은 삶이며 좋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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