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디지털 미니멀리즘’ -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있다고 느낄 때
상태바
[전문가 서평] ‘디지털 미니멀리즘’ -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있다고 느낄 때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7.24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표지 이미지 / 사진 = 세종서적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표지 이미지 / 사진 = 세종서적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온라인 세상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PC통신 시절의 인터넷 세상은 이용자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대부분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공간의 제약이 없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말 그대로 텍스트를 통해) 가상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지 20년이 지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세상은 더 이상 낯선 세계가 아니며 현실과 일정부분 섞여 있는 삶의 일부나 다름이 없다. 데스크탑 시대를 넘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세계의 비중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데스크탑 내지 노트북 앞에 앉아야만 인터넷 세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도 인터넷에 몰두하여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했으며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인터넷 세계를 명확히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빠르게 변화하였다. 점점 연산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스마트폰과 각종 데이터 전송 방식을 통해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어떤 시간에 사용하든 손바닥에 올려놓은 작은 기계의 화면만 키면 바로 인터넷을 확인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사람들의 접근성을 압도적으로 쉽게 만들었으며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새로운 병리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바로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기기 과의존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그것이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도 컴퓨터 중독이라는 병리현상은 분명히 존재하였지만 그 여파는 주 이용자층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 전체의 과의존 위험군은 20%에 달하며, 유·아동(만3∼9세)의 과의존 위험군은 22.9%, 청소년(만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은 30.2%, 성인(만20∼59세) 18.8%, 60대는 1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할 만 하다. 
 
스마트폰 중독에 해당하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을 지적하고 SNS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일반인들이 중독에 빠지도록 유도한다는 현실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내용을 다룬 도서 역시 번역되어 국내에 속속 소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을 지적하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은 도서들은 주로 SNS 회사들이 어떻게 이용자들을 중독에 빠뜨리는지, 중독으로 인한 피해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밝히면서 그들이 당신을 조종하도록 허락하지 말고 중독의 요소가 있는 것은 중단하라는 경고를 건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런데 조금 다른 견해를 건네는 책이 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부정하는 것은 어려우니 최소한의 사용을 추구하는 것을 어떨까?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사용이니 이를 최소화 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그것이다.
 
서양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하는 극과극의 방법이 존재하는데, 한 극단에는 대다수의 신기술을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신러다이트(Neo-Luddites)가, 다른 극단에는 생활방식을 최적화한다는 목표 아래 디지털 기기를 삶의 모든 측면과 통합하는 자기경량화(Quantified Self) 애호가들이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이자 강연자이며 디지털의 영향에 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학자인 ‘칼 뉴포트(Cal Newport)’는 극단의 두 방식이 아닌 기술 과부하에 걸린 현재 상황에서 좋은 삶을 추구하는 철학인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신기술은 받아들이되 그 댓가가 쏟아지는 정보의 폭격으로 일종의 정보중독자가 되어버리는 비인간화라면 거부하는 철학, 단기적인 만족보다 장기적인 의미를 중시하는 철학이다. 다시 말해서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는 경우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온라인의 활동 중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지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아버리는 기술 활용 철학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라 칭한다. 이와 대척점으로는 디지털 맥시멀리스트들이 존재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맥시멀리스트는 신기술을 사용했을 때 혜택을 볼만한 조그마한 여지가 있다면 주저 없이 받아들인다. 반대로 미니멀리스트는 신기술이 나왔을 때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수단인지 따진다. 신기술이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방법이 더 낫다면 과감히 거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디지털 미니멀리스트가 신기술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이 기술이 내 가치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방식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서 일반의 대다수가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드는 서비스들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최적화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철학적 토대를 설명한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중독을 경고하는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SNS 회사들이 어떻게 이용자들을 중독에 이르게 하는지 등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들의 증언 등이 실려 있다. 더불어 디지털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먼저 선행해야 할 ‘디지털 정돈’의 방법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니멀리즘 생활방식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들을 자세히 제시한다. 실제 저자와 함께 디지털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경험담 등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잊어버렸던 ‘고독’의 역할과 온라인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내 손으로 직접 행하는 양질의 여가에 관해 논한다. 더불어 2부에서는 각 챕터 마지막에 ‘실전지침’ 파트를 두어서 실체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용적인 행동 방식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나의 바람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얼굴 없는 주의 경제 기업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롭도록 최신 혁신을 활용하는 건설적인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일반인인 우리가 디지털 중독에 빠지면 이득을 보는 것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조금이라도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잠시 떠나더라도 곧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여러가지 기법을 도입했으며 지금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한대로 기업이 아닌  “우리에게” 이롭도록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많다면, 인터넷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의 삶을 되찾기 위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고려해 봄직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전문가 서평]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 ‘경제’라는 단어가 낯선 당신에게 권하는 책
  • 제7회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개막식 공연 내용 및 사회자 확정
  •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아름다운 업데이트,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전문가 서평] ‘몸에도 미니멀리즘’ - 내 몸에 실천하는 무소유
  • 비즈니스북스, ‘나는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만 한다’ 출간
  • 좋은땅출판사, ‘다독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