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언어로 차린 밥상, '우리 음식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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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언어로 차린 밥상, '우리 음식의 언어'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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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음식의 언어’ 표지 이미지 / 사진 = 어크로스
책 ‘우리 음식의 언어’ 표지 이미지 / 사진 = 어크로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가장 맛있는 글은 무엇일까. 입에 침이 고이려면 음식의 자태와 향기가 식욕을 자극해야 한다. 건조한 활자가 그 일을 해내려면 먹는 것에 대해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 즉 가장 먹음직스러운 글은 먹을 것에 대해 쓴 글이다.
 
책 <우리 음식의 언어>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음식의 언어>를 읽고 자극을 받은 국어학자인 저자가 쓴 일종의 한국편이다. 다양한 음식을 등장시켜 식탁에 숨어 있는 말과 글의 역사를 소개한다. 
 
음식은 개인의 삶과 사회를 들여다보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라는 말을 보자. 결국 ‘살려고 하는 일’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늘 ‘먹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입에 풀칠하기’ 등 먹는 것과 사는 것을 연결 짓는 말들은 그밖에도 많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먹는 것은 유기체인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행위다. 그러니 우리를 살게 하는 음식이야말로 삶과 가장 닮은 말일 것이다. 음식의 언어를 곱씹어 보는 것은 곧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현재를 돌아보는 일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 작업을 위해 저자는 분주히 움직인다. 먹어보면 별도의 말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맛’이지만, 맛 뒤에 숨어있는 ‘말’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책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재료와 요리의 전파 경로를 짚고, 요리와 관련된 말의 변천사를 따지고, 역사적으로 요리가 소비된 양상과 당대에 끼친 영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 음식’이라고 해서 머릿속에 당장 떠오르는 ‘전통적인’ 한식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저자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피해가지 못한다.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인은 ‘밥심’으로 대동단결하니, <쌀과 밥의 언어학>이라는 장으로 책을 여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이야기는 ‘집밥’과 ‘혼밥’의 공존, ‘밥’처럼 먹는 빵 이야기, 면과 국수의 다양한 얼굴로 이어진다. 그리고 탕과 국, 반찬을 거쳐 후식과 양념 이야기까지 가지를 뻗는다. 자꾸 글에 등장하는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기꺼운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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