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글이 쉬워지는 책,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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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글이 쉬워지는 책,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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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뭘 써요 뭘 쓰라고요’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솔수북
책 ‘뭘 써요 뭘 쓰라고요’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솔수북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글 쓰는 법, 독서법 등에 관한 책을 혹시 하고 들쳐보다가 대개의 경우 역시나 얼마 못 읽어 닫곤 한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서 해야 힘들어도 재미가 있고, 의지가 생긴다. 그런데 글쓰기나 독서는 아무에게나 그리 쉽고 흥미로운 것이 못된다. 더구나 ‘법’ 자가 들어가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정말로 책을 잘 쓰지 않는 한, 글 쓰는 법을 알려고 읽던 독자는, 독서를 좀 더 잘 해보고자 책장을 넘기던 독자는 그 책들 덕분에 이 둘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 마치 ‘이렇게 쓰는 게 정석’이라는 뉘앙스, ‘이렇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저자의 목소리는 안 그래도 쓰기 힘은 글, 읽기 부담스러운 책을 거부할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원래 글쓰기 관련 책을 찾으려고 하다 찾은 책이 아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를 별로 읽은 게 없어, 갑자기 읽어보자는 마음이 생겨 ‘김용택’을 검색하다 걸린 책이다. 제목이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맞다. 막상 글을 쓰려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글을 쓰기 싫다는 게 아니다. 쓸 거리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시인은 참 잘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부터 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마음이 열린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 책에는 특별히 글쓰기 법이라고 할 만 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읽다보면 독자의 마음에, ‘글쓰기 뭐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네’, ‘애들이 이렇게 맛깔나게 시를 쓰다니 놀랍군’, ‘나도 시 한 번 써 봐’ 하는 동요를 일으킨다. 글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북돋우는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거기다 글 쓰는 법을 아이들의 시와 더불어 시처럼 간결하게 써 놓아 책이 술술 넘어가 후딱 다 읽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 밑에서 수학한 아이들이 부러워진다.
 
책 머리글 제목이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제목인가! 그렇다. 글쓰기의 길은 처음에는 누구나에게 없다. 각자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다. 따라서 글쓰기 ‘법’ 즉 ‘길’을 함부로 제시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냥 이 길은 내가 가 본 길이라고 소개만 해야 한다. 그 길은 그 사람의 길일뿐이다. 그 길로 가야한다고 억지를 부려, 자기 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에게 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없애지 말아야 한다.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에게 글을 쓰도록 지도했을 때, 아이들이 쓴 시가 책에는 아주 많이 나온다. 상상이 된다. 뭘 써요,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학교를 오며 가며, 학교생활을 하며, 집에서 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을 써 보라고 한다. 보고 들은 것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선생님은 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보고, 들었음에도 의식하지 않으면 기억되는 것이 별로 없고, 그래서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리지만, 보고, 들은 것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할 때, 생각하는 힘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시를 쓰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참 좋은 선생님이다. 이런 것을 아이들에게 알게 하시다니. 참교육의 현장을 보는 듯하여 너무도 뿌듯했다.
 
다음에 몇 개의 감동적인 시를 소개해 보겠다.


 거미줄|| 거미줄에 이슬이 둥글둥글 바람에 흔들린다. 가만히 들어보면 음악이 들릴까?

 
멋진 시다. 아이 눈에 들어온 거미줄은 오선보가 되고, 그 위에 맺힌 이슬은 음표가 된다. 아이는 귀를 기울여 그 음악을 들어보려고 한다. 소름이 돋았다. 시인이 별 것인가. 이런 시를 쓸 수 있으면 시인이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시 써라. 뭘 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 써서 내라고! 네. 제목을 뭘 써요? 니 맘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맘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한 번만 더하면 죽는다.

이 시를 읽고는 한참을 웃었다. 벚꽃을 보고 글을 쓰라는데 요 당돌한 녀석은 계속 뭘 쓰냐고 따진다. 사내 녀석이라 그랬는지 벚꽃에 별 감흥이 없었나 보다. 그러니 쓸 게 없다. 선생님은 시를 쓰라는데 뭘 써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선생님을 괴롭힌다. ‘니 맘대로 해야지, 니 맘대로 쓰라고’ 이 말에 이 아이는 벚꽃에 대해서가 아닌, 자기 맘대로 쓰기로 했다. 바로, 선생님과 자기의 대화를 시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걸 훌륭한 시로 인정해 준 선생님이 그 소년의 성장기에 함께 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선생님은 이 시가 얼마나 맘에 들었는지,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삼았다. 그 소년은 아마 열린 마음, 유연한 사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비|| 비가 가만가만 온다. 나는 오늘 빗소리를 들었다.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단 7어절로 한 폭의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었다. 어린아이라 가능한 꾸밈없는 자유이다. 어른이라면 뭘 주절주절 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이는 짧은 글 속에 무심한 듯 그 순간을 모두 담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는 순간, 주변은 비 오는 세상으로 바뀐다. 빗소리가 들린다. 비는 참 가만가만히도 온다. 갑자기 시를 쓰고 싶어진다. 이런 게 시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관심은 보게 하고, 듣게 하며,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게 한다. 관심은 이해하게 하고, 안 것을 실천하게 하며, 인격을 만든다. 관심은 갈등을 안 만드는 게 아니고 갈등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만든다. 이러한 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그게 글이 된다. 
 
시인은, 선생님은 글쓰기를 하려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 근본, 뿌리를 아이들의 글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시 쓰는 회사원, 시 쓰는 가게 주인, 시 쓰는 주부, 시 쓰는 연구원... 누구나 글쓰기의 기본 마음가짐, 조화로운 살림을 소중히 생각하는 기본자세만 있다면,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시인은, 선생님은 자신 있게 어린아이들의 글을 통해 일러주고 있다. 참 좋은 글쓰기 책이다. 글이 어렵게 느껴질 때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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