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아침고요 정원일기’ - 부자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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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아침고요 정원일기’ - 부자가 되는 꿈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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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침고요 정원일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샘터
책 ‘아침고요 정원일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샘터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우리 아파트 뒤에는 살구나무가 즐비한 산책길이 있다. 어제 비에도 살구나무 꽃이 떨어지지 않고 꿋꿋이 벌, 나비를 맞이하여 꿀 잔치를 벌이고 있다. 동요 ‘고향의 봄’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앞 베란다 앞에 매화나무도 1주일 전부터 꽃망울이 활짝 열려 화사한 봄을 알린다. 
 
수목원 지기가 쓴 일기라고 하여 봄이 오는 길목에 딱 읽기 좋은 책일 것 같아 펼쳤다. 아침고요수목원의 사시사철 꽃 잔치를 보노라니 마음이 얼마나 환해지는지 읽는 내내 그곳에 있는 양 행복했다. 도시에서 나서 도시를 벗어나 살아 본 적이 별로 없는 삭막한 도시인으로서 꽃과 나무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 책으로나마 다양한 꽃을 감상하고 꽃 이름을 새김질해 보니 마음이 넉넉해지는 느낌이다. 
 
지금쯤 전국이 꽃구경으로 북적이기 시작할 때인데 그러질 못하게 되어 아쉬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라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더 속을 상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부담 없이, 간접적으로 수목원의 꽃들과 함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언젠가 분명 목련꽃인데 속이 엷은 분홍색인 꽃을 본 적이 있었다. 꽃잎도 좀 뾰족했었다. 그게 별목련에서 피는 꽃이란다. 나무의 키도 아담하다고 하니 꽃과 잘 어울리는구나 싶었다. 어릴 적 좋아했던 튤립, 장미가 생긴 것만큼이나 키우기가 까다롭다는 것, 아이스폴리스수선화가 마치 어린 소녀처럼 해맑다는 것, 타히티수선화 속 붉은 기운에서 타히티의 뜨거운 햇빛이 보인다는 것도 발견했다. 
 
위에서 아래로 정원이 펼쳐진 것을 하경정원, 영어로 Sunken Garden이라 하는데 서양에서는 인공적으로 땅을 파거나 폐광을 활용하여 정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침고요의 하경정원은 인위적으로 파거나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형 그대로의 선을 살려 만들었다니 몹시 궁금해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자연의 선은 언제나 곡선이다. 비대칭이다. 그 속에 균형미가 살아 있어 우리는 그것을 볼 때 편안해진다. 인공적인 직선과 대칭에서는 자주 ‘접근 금지’의 팻말을 보게 되어 거북하다. 이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잘 찍은 사진 안 가득히 펼쳐진 아침고요 하경정원의 모습이 더더욱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화단디자이너라... 처음 안 직업이지만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부러웠다. 그 사람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화단이 누가 보기도 전에 펼쳐져 있을 것 아닌가! 온 세상의 멋진 정원들을 돌아다니며 그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뉴얼하는 게 직업이라니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늘과 바람이 돕지 않으면 생각했던 디자인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어 나름의 고충이 크겠지만, 어째든 나무와 꽃이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가지고 그들도 살게 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살맛나게 하는 일을 한다니 귀한 사람이다. 
 
어릴 적 다녔던 국민학교 화단에 붓꽃이 참 많았다. 주로 분홍색, 진홍색 꽃이었다. 그런데 아이리스가 바로 붓꽃이란다. 아이리스 하면 서양 꽃이고, 보라색, 노란색이 떠오르는데 말이다. 대학 때 한 친구가 자취하던 집에 놀러오며 보라색 아이리스 꽃다발을 가져왔던 게 보라색 아이리스와의 첫 만남이었던 게 기억이 났다. 키우기에도 까다롭지 않고 추위도 잘 견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 정원에도 보라색 아이리스가 곧 피겠구나싶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장미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병충해가 심해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농약을 치지 않으면 꽃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우리나라 여름이 우기에 가까워지는 것을 일기주인은 매우 안타까워한다. 결국 아까운 장미들을 다 캐내고 병충해에 강한 덩굴장미만 남겨놓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장미는 막 피기 직전의 꽉 찬 봉오리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 고혹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너무 붉어서 검은색이 감도는 흑장미를 가장 좋아한다. 그렇게 멋진 장미가 지구환경적 문제로 우리나라 정원에서 보기가 힘들어진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플록스란 꽃 이름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무리지어 앙증맞게 펴 있어 인상에 깊이 남아 있었던 꽃이 바로 플록스란다. 품종도 다양하다. 사진을 보니 스타파이어도 본 적이 있고, 다윈스조이, 페피민트트위스트도 이미 조우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유쾌한 꽃이다. 이제라도 이름을 알게 되어 언젠가 다시 보게 되면 이름을 불러 주리라. 
 
자주 봤으면서도 이름을 몰랐던 꽃 중 보라색 맥문동도 있다. 무리지어 자라기 때문에 보랏빛 카펫을 깔아 놓았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하다. 또 하나, 옥잠화도 알게 되었다. 요 녀석도 벌써 만났었는데 늘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지나쳐 미안하다. 이젠 보면 이름 모를 들꽃이라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옥잠화’라 부르며 인사하겠다. 깽깽이풀도 눈에 익은 야생화다. 이렇게 예쁘고 멋진 꽃이 이름이 뭐 이래 싶다. 너무 예뻐서 시샘을 한 사람들이 가야금을 뜯는 기생에 빗대어 지었을지도 모른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겨울에 산책을 하다보면 이웃 아파트 울타리에 빨간 열매가 잔뜩 있는 나무가 줄지어 있다. ‘웬 겨울에 열매가 열리지?’늘 의아해하며 지나다니곤 했다. 그게 바로 낙상홍이란다. 그리고 그 열매는 새들의 양식이라니 겨울에도 새들이 굶어죽지 말라는 자연의 조화인가보다. 

꽃 이름을 너무 많이 새로이 알게 되어 뇌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도 좋다. 이런 걸로 걸리는 과부하는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딜 돌아다니는 걸 정말 그다지 매우 좋아하지 않는지라 기약은 없지만, 다른 데는 몰라도 아침고요수목원은 찾아가 보고 싶다는 작은 충동이 생겼다. 아예 그 근처로 이사를 가서 만날 드나드는 건 어떨까 하는 데까지 속도가 나갔을 정도다. 이런 정원을 곁에 두고 사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살구꽃이 한창인 아파트 뒷길과 매화꽃이 떨어지는 베란다 앞, 조금 걸어 나가면 노란 꽃무리가 하늘과 잘 어우러지는 산수유나무로 만족해야 하지만, 이 책이 가져다 준 부자의 꿈을, 글쎄, 그래도 앞으로도 문득문득 꾸며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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