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당신의 뇌는 정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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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당신의 뇌는 정상입니까?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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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표지 이미지 / 사진 = 알마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표지 이미지 / 사진 = 알마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책을 읽으며 참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리고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아니 정상적인 인간이란 함부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정상적이란 오직 다수에 속한다는 의미인가 등의 답도 없는 질문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저자는 뇌의학적, 신경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만나 치료하고 그들을 연구한 의사다. 무엇보다, 환자를 환자의 차트에 적힌 병력으로 이해하는 의사가 아닌, 어떻게든 환자의 history를 알고, 이해하고 환자의 새로운 history를 만들어 주고 싶어 했던 의사다. 객관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환자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가장 좋은 처방을 통해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실천한 의사다. 그런 점이 글 속에서 확확 느껴져서 매우 감사했다. 이렇게 훌륭한 의사를 생전에 만나봤으면 하는 조금은 유치한 소원을 빌기까지 했을 정도다.
 
누구든 인간의 다양성과 의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사람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없애고 열린 눈으로 사람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사례에 속한 사람들을 우리는 이미 만났을 수도, 알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며, 앞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가 속한 정상이란 범주보다 결핍되거나 과잉되면 그것은 비정상이고, 병증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 사회란 다수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할 때 안정되고 안전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그러한 일정한 질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은 정상적인 인간이 되고, 무언가가 모자라거나 지나쳐서 그 질서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걸림돌이 되면 그 사람은 비정상적인 인간이 된다. 그 비정상은 대부분 그 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비정상은 도태되고 정상은 유전되며 진화된 것이 오늘의 인간이며 인간사회일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비정상은 계속 생긴다. 지인 중에 정신분열증 요즘에는 조현병이라고 불리는 병을 거의 20여 년 이상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이가 있다. 어려서부터 매우 소심하고 여렸던 아들은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병원을 들락날락 하며 살다가 10여 년 전부터는 어느 정도 병증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약을 찾게 되어 지금은 집에서 약물치료만 하고 있다.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들은 어려서 기독교인으로서 믿음이 신실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을 앓으며 망상, 환청, 환시 등에 빠졌는데, 아들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은 ‘미래’라는 신이라고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은 그 ‘미래’라는 신의 말에 의존하며, 때로는 그에게 화를 내다가도 결국은 그의 말을 맹신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인은 그런 아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데 죽어서 지옥에 갈 걸 생각하면 한 시도 기도를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지인의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으나 그 안타까움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과거 틱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여럿 본 적 있다. 약물치료를 통해 약간의 억제는 되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잉된 행동이나 말이 튀어나와 주변 학생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곤 했다. 집중이 제대로 되지 못하여 지능이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장애가 심했다. 그 부모들은 그런 자식을 둔 덕분에 생활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 아이들의 다른 형제나 자매 역시 이런 저런 불편과 피해를 호소했다. 그 아이가 가진 과잉된 언행이 장애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뇌나 신경에 어떤 문제가 생김으로써, 정상인은 경험하지 못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는, 지인의 아들과 같은 사람들이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오는 언행으로 고통당하는 앞에서 말한 틱 장애 학생들. 이들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이들과 그 가족이 치르는 대가는 매우 크다. 책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다양한 이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편, 우스꽝스럽다가도 또 한편, 가슴이 미어질 만큼 안타까웠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특별히 놀랐던 것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왼쪽 뇌실에 탄환의 파편이 박혀 있었는데 그것을 제거하기를 몹시 꺼렸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그 파편이 관자엽의 음악 영역을 압박하고 있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즉 그의 머릿속에 진짜 음악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며, 그는 그것을 작곡을 할 때 이용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파편을 제거하길 꺼렸던 것이다. 목숨의 위태함보다 창작의 영감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이해는 된다. 그에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음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들이란 어쩌면 정상적인 뇌가 아닌 비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혹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모차르트의 악보를 보면 수정한 흔적이 없다고 한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머릿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왔고 자신은 그것을 그냥 기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분명 비정상적인 뇌 활동이지 않은가! 또 정상인이라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수백 년 후에나 이루어질 것을 상상하는 능력을 가졌던 천재들도 많았다. 그들이 워낙 특출한 결과물을 남기고 갔기에 그들을 칭송하고는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유추해 본다면, 과연 그들의 뇌나 신경은 우리가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 속한 것이었을까.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 속에서 일상이 고통스럽거나 기이함의 연속인 사람들. 그래서 쉽게 ‘또라이’, ‘4차원’이라 치부되거나 놀림 당할 수 있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비정상을 죄악시할 수 없다. 그 비정상이 오히려 우리가 정상으로 알고 있는 사회를 뒤집어엎는 힘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혹은 그것이 병증이라 그들은 치료의 대상으로 보호되고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일 수도 있다. 때로는 그런 비정상이 오히려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치료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인간이 나타내는 현상은 그 비율이 어떠하냐를 떠나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고 함부로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저자는 소위 비정상이라고 일컫는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정상인이라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매우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결코 수학 공식화 할 수 없음을, 아니 인간이 수식화 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인간이란 무한차원의 방정식으로 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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