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어느 어도락가의 행복한 우주,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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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어느 어도락가의 행복한 우주,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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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드웨이
책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이드웨이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계절마다 산해진미를 찾아 전국 또는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사람들이 있다. ‘식도락가’로 불리는 이들이다. 여기, 조금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는 사람이 있다. 각종 언어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이 책의 저자는 ‘어도락가’를 자처한다.

저자는 영어와 유럽권의 언어를 포함해 총 25개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경험이 있다. 언어 공부에 흥미가 있거나 매년 신년계획에 외국어 공부를 올리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솔깃할 수는 없는 프로필이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지도 않았고, 흔한 외국어 학원에 다닌 적도 없는 저자는 38세에 신혼여행으로 처음 외국에 나갔단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소위 ‘언어 천재’가 된 것일까.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렇게 공부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고 언어 공부의 정석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저자의 해박한 언어학적 지식에서 엿보이는 호기심과 열정이 지독한 공부의 양과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그는 수많은 사전을 끼고 인류의 역사와 각종 언어권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언어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연결지점을 찾아낸다. 잘못 알려진 언어 지식과 각종 오해를 바로잡아주는 것은 덤이다.

지칠 줄 모르는 탐구 정신은 일상에서도 번득인다. 아내와 아들 간의 대화, 소설과 영화, 트럼프의 트윗 등 매일 보고 듣는 것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 탄생한다. 또 영어 공용화 논란, 인공지능 시대 번역의 과제, 고유어 중심 언어순화의 문제점 등 현실 쟁점에 대해서도 뚜렷한 의견을 제시한다.

언어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통의 도구이자 문화 그 자체인 언어는 과거의 총합이고, 현재의 거울이며, 다가올 내일의 예고편이다. 광막한 언어의 세계를 우주 공간이라고 할 법하다. 설사 언어 공부나 번역에 관심이 없더라도, 생업을 넘어 일에서 의미와 정체성을 찾아내는 모습은 충분히 누군가의 영감이 될 것이다. 오늘도 또 다른 은하에서, 어제와 다른 별을 찾아다니며 유영하고 있을 저자의 행복한 ‘어도락’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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