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벗어나면 너를 찾게 될 거야, '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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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벗어나면 너를 찾게 될 거야, '마당을 나온 암탉'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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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당을 나온 암탉’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계절
책 ‘마당을 나온 암탉’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계절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냄비 속의 개구리’라는 표현이 있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 주로 사용한다. 찬물이 든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가열하면 온도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개구리가 결국 뜨거운 물 속에서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실험 자체는 전문가들에 의해 잘못된 속설로 판명됐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해도 이 표현에 담긴 속뜻에는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서서히 무뎌진다. 자신이 처한 환경이 서서히 나빠지더라도 그럭저럭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마련이다. ‘견디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마음과,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삶의 지혜로 뭉뚱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 삶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던 삶의 울타리가 사실 내 발목을 옥죄고 있는 족쇄였다면, 과감히 뛰쳐나가야 한다. 출간 20주년을 맞은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은 더는 알을 낳을 수 없는 ‘폐계’ 잎싹이 양계장 밖에서 자유를 찾은 이야기다. 왜 양계장이 아니라 마당일까. 양계장에 갇혀 살았던 시절, 잎싹은 수탉 가족이 노니는 마당을 무대로 공상을 펼쳤다. 그러나 마당 속에 아웃사이더인 잎싹의 자리는 없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꿈꿀 수 있었던 완벽한 세계의 바깥,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드넓은 곳으로 나간 잎싹의 삶은 고단하다. 자유의 대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이다. 잎싹이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다. 친구인 청둥오리 ‘나그네’가 남긴 아기를 돌보면서 잎싹은 전사가 된다. 구덩이에서부터 잎싹을 노린 족제비는 수시로 잎싹과 아기의 생명을 위협하고, 잎싹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이 만든 가족을 지킨다. 
 
잎싹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다. 경계 밖으로 나간 그의 삶은 주체적인 여성 서사이며, 종이 다른 아기와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사는 이야기는 다양한 가족 형태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적이었던 족제비에 공감을 느끼고,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후의 모든 이야기는 그가 익숙한 지옥을 탈출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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