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 지리학은 음식을 품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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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 지리학은 음식을 품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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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표지 이미지 / 사진 = 생각의길
책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표지 이미지 / 사진 = 생각의길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지리학과 음식의 만남이란 컨셉이 충분히 구미가 당겼다. 우선, 차례만 읽어봐도 책이 재미가 있으리란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게 지리책인지 역사책인지 헷갈릴 만큼 다양한 역사적 상식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글이 마치 옛날이야기 같이 쉽게,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어 있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또 책 속에는 전 세계 각 지역별 특산물을 가지고 그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매우 꼼꼼하게 나와 있다. 거기다 저자 중 한 명인 요리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하여 놓아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요리에 도전을 해 볼 수 있으니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은 할머니셨는데 수업 준비도 철저하시고, 어떤 선생님보다 강의에 열정이 가득하셨다. 덕분에 국토지리와 세계지리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고, 그때의 추억은 이 책을 읽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학교 다니며 지리 수업을 즐겼던 사람, 또 역사적 상식을 아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의 배경지식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혹시 학교에서 지리 수업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사람이라도 편견을 버리고 이 책을 한 번 집어 들어보기를 권한다. 아마,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될 것이다.

책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표지 이미지 / 사진 = 생각의길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콜럼버스가 왜 탐험을 했는가? 새로운 대륙을 찾으려고? 아니다. 일반적으로, 금과 신과 명예가 스페인 사람들을 움직였고 콜럼버스는 항해를 할 수 있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콜럼버스의 진짜 항해 목적은 향신료였다. 콜럼버스가 살았던 당시 유럽 부유층들은 수입산 향신료에 미쳐 있었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숭배와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개인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동차는 잘 달리면 되니 경차나 소형차면 충분한데 굳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당시 수입해온 향신료의 가치는 금값이었고 그 중에서 정향과 육두구는 금보다도 훨씬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향신료를 얻기 위해 탐험을 할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유럽인들의 향신료 숭배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음식에 향신료가 더해지면 맛이 색달라지고 재료가 놀랍게 변신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며 살고 있다. 최근에 집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맛있게 해 먹어 볼 요량으로 여기저기 레시피를 뒤적이며 나름 도전을 해 보았다. 처음에 소금, 마늘가루, 고춧가루를 적당량 섞어 칼집을 낸 고기에 밑간을 하고, 그 후에 흑후추를 부셔 뿌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바른 다음에, 몇 가지 허브 가루를 아주 살짝 뿌려 이틀을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시켜 구웠더니, 고급 레스토랑의 비프스테이크가 부럽지 않은 맛이 나왔다. 고기의 누린내를 기가 막히게 알아내고 거부하는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것은 고기에 바른 여러 가지 향신료의 위력 덕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향신료라는 식재료가 신대륙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그냥 웃어넘길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는커녕 이것 하나만으로도 식재료 즉 음식이란 지리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증명하는 것이다.
 
유대인의 음식이었던 베이글. 지금은 어떤가? 매우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베이글이 하와이 대학의 구내식당에 처음 입성했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저는 베이글 안 먹어요”라고 거절했다. 공짜로 주는 데도 말이다. 그러던 것이 1년쯤 지나자 구내식당 최고 인기 메뉴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 베이글은 그리 질이 좋은 편도 맛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온 세계로 흩어져 살고 있는 대표적인 민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베이글이 세계화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미국에서는 독일식 양배추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매우 놀랐다. 바로 미국에 무려 5천만 명 이상의 독일계 이민자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수만큼 미국에 독일계가 살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많이 갔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독일인이 그렇게 많이 이민을 갔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이다. 그러니 독일인이 즐기는 양배추요리가 미국인이 즐기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은 인류가 서로 가까워짐으로써 얻은 축복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곳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그 어떤 시대보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공간이 된 지금에서는 특별히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지리학은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분석하는 한편,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고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되었다. 음식, 특히 안정된 식량 공급은 지리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역시 시쳇말로, 폭풍 공감한다. 그래서 그는 음식을 지리학 커리큘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매우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통해 우리는 민족이나 지역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하며 낯선 곳에 가볼 수도 있다. 한 그릇의 음식이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전통,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은 흥미로운 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리를 놓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은 해외여행의 목적 중 매우 중요한 한 가지가 그 나라의 음식을 먹기 위한 것이다. 그 만큼 음식은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 혹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맛있는 음식, 독특한 식재료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의 유래를 알고 싶어진다면 정말로 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그 식재료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토양과 물, 공기, 인간 노동의 산물이다. 그러니 음식과 지리학이 함께 가지 않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러한 시도가 저자를 필두로 하여 속도를 내어 인류의 발전과 공존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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