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은행이 멈추는 날’ - 제임스 리카즈가 틀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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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은행이 멈추는 날’ - 제임스 리카즈가 틀렸기를 바란다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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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은행이 멈추는 날’ 표지 이미지 / 사진 = 더난출판사
책 ‘은행이 멈추는 날’ 표지 이미지 / 사진 = 더난출판사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지역 사회에서 대안 금융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례를 알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휴자금을 모아서 일정한 목돈을 만들고, 그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담보 없이 신용으로, 그것도 무이자로 대출을 해 준다. 2억 정도의 자금으로 지금까지 5년 간 100건이 넘는 대출을 해 주었고, 그 동안 대출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적게는 5,6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빌려주곤 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니까, 민간은행이 공공재라고도 할 수 있는 예금주들의 돈을 가지고 자기들의 사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민간은행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최근 은행이 화폐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이들의 활동에 관심이 많이 생긴다. 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끝을 모르는 탐욕이 극단적으로는 인류 전체를 거대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위기의식을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한다. 경제학에 대해 문외한이라 세세한 내용까지 충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읽는 내내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내몰릴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2008년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거대한 위기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낙관주의보다는 비관주의가 미래를 대비하는 데는 더 나은 면이 있다. 나중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 욕을 먹는 것이, 미리 대비하지 못하여 끔찍한 상황에 벌거벗은 채 내팽개쳐지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동의가 된다면, 이 책을 읽고 시대를 읽는 힘을 기르고, 어떤 대안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지 생각할 기회를 얻기 바란다.

책 제목이 알려주듯이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벌어진 사태에 대해 잘못된 접근을 계속하는 한, 전 세계의 은행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을 저자는 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경제 정책은 경제학자들이 자문을 하게 되는데, 경제학자들이 과학적 마인드로 현실의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정치가나 성직자, 선전가처럼 행동하며, 자기 신조에 맞지 않는 증거는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문제가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21세기 세계 경제의 흐름은 너무도 복잡할 것이다.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그냥 조금만 생각을 해 봐도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는 세계니 만큼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1+1이 수학에서는 2라는 명료한 답으로 나올 수 있지만, 경제에서는 그렇게 간단히 2라는 답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은 과학이라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바른 방법을 통해 얻어져야만 하고, 그렇게 바른 방법을 통해 얻어진 지식만이 과학이다. 과학적 지식을 얻는 과정에는 귀납법과 연역법이 사용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정밀한 추측, 즉 가설을 수립할 때 사용되며, 가설은 실험이나 관찰된 데이터로 검증되어야만 한다. 검증되지 못한다면 그 가설은 기각되고, 광범위한 실험과 관찰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그 가설은 조건부 진리라 할 수 있는 학설이 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경제학 역시 이렇게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가설이 검증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교조주의자로 과학자이길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고 저자는 매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구시대 경제학을 고수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은 거부하며, 자신의 신조에 어긋나는 데이터 역시 숨기거나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학문적 권위를 유지하는 데는 매우 적극적이다. 이런 사람들이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나 재정부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국부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아인슈타인이 우주와 천체 운동에 관해 뉴턴에서 한 발 나아갔다고 하여 과학은 뉴턴의 이론을 잘못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그 어떤 이론도 100% 확실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현상 역시 끊임없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야말로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이론을 수정하거나 해로운 것과 접목하여 ‘오늘’의 경제에 가장 적합한 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무려 70년 동안 경제학적 지식 정체는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오죽하면 생각하는 AI가 앞으로는 경제학자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데이터만 넣어주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 분석 결과를 낼 뿐 아니라 현실 경제 문제를 해결할 대안까지 내 놓을 AI가 곧 생길 것 같은데, 그러면 경제학자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최근의 금융 분석 도구 중 가장 중시되는 것은 행동심리학, 복잡성 이론, 인과관계 추론이라고 한다. 인간은 많은 경우,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순간의 심리적 기재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이다. 이런 인간의 속성을 다루는 것이 행동심리학인데 이를 경제학에 접목하는 경제학자들이 최근에 늘고 있다 하니 다행스럽긴 하다.
 
또 자본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복잡하다.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주식시장에 근접할 수가 없다. 묻지마 투기를 할 게 아니고 정말로 투자 가치를 따져가며 주식을 하려면, 이해하고 분석해야 할 게 너무 많고, 복잡하다. 자본의 세계는 너무도 다양하고, 그 다양한 것들이 서로 얽혀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 역시 수시로 적응해야만 살아남는 세계가 자본의 세계다. 따라서 복잡성 이론이 활용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베이즈 통계학’에 대해 일별을 했다. 한 마디로 경제에서 확률은 우리가 수학책에서 배웠던 확률과 통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란 것이다. 미래는 현재나 과거와 단절된 채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반드시 앞에서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불충분한 데이터, 역사적 사실, 상식 등의 정보를 총동원하고 귀납적 방법을 통해 얻은 정보로부터 타당한 가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얼마나 경제 현상에 적합한 도구인가!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이를 거부한다고 하니 매우 당황스럽다. 

정말로 은행이 문을 닫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의 경고가 들어맞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후손들이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저질러 놓은 탐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자각이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게 매우 비관적이라 생각되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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