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신비하고 기특한 곤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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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신비하고 기특한 곤충의 세계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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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책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지금은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관광지가 된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유년시절, 집 근처는 온통 푸른 들판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논이었던 것 같다. 메뚜기와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느라 하루 종일 들녘을 뛰어다녔으니 말이다. 잡은 메뚜기를 사내아이들에게 주면 걔들은 그걸 구워 먹었다. 만약, 초등학교를 거기서 줄곧 다녔다면 온갖 곤충들을 채집하며 그들과 친해졌을 텐데, 이사를 하는 바람에 풀밭을 뛰어다닐 기회는 단절되고 말았다. 그리고 곤충에 대해 무심해졌다.
 
아들아이가 어려서 곤충에 빠졌다. 아이는 책에서 읽은 것을 꽤나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 주는 것을 좋아해서 들어주다 보면 그들의 세상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눈에 띄었을 때, 단번에 끌렸다.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아니, 신기하고 놀라워서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인간이 얼마나 오만한 종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고, 우리 인간은 그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쁜 곤충 따윈 없다! 사람들이 자기 기준으로 해충이니 익충이니 판단을 하는 것일 뿐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인구 : 곤충의 비율은 1:200,000,000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지구는 인간의 행성이 아니다. 곤충의 행성이다. 히말라야 6,000m 산속에도 곤충이 있고, 섭씨 50도가 넘는 온천에도 곤충이 산다. 기름 웅덩이에도, 사막에도, 언 바다 얼음 밑에도, 눈 속에도 그리고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도 곤충은 있다. 개미는 인간보다 훨씬 전부터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렀다. 말벌 역시 사람보다 먼저 종이를 만들었고, 날도래 유충도 인간보다 먼저 그물을 사용해 사냥을 했다. 인간이 지금에야 겨우 풀어가는 공기 역학이나 항해의 난제를 그들은 수백만 년 전에 이미 풀었다. 이렇게 신비한 곤충을 인간이 무슨 근거로 낮잡아 본단 말인가!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95% 이상이란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인데, 날개 네 개를 모두 따로 움직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위로는 물론, 뒤로, 거꾸로도 날 수 있다. 공중에서 정지도 한다. 그러다 시속 50Km로 순식간에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미 육군은 드론을 디자인할 때 잠자리를 모델로 삼았다. 잠자리의 뇌는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매우 정교하게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의 상상 이상으로 똑똑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벌이나 개미는 매우 영리하다. 인간만 사회를 형성하는 게 아니다. 이들도 매우 밀접한 유대관계 속에서 무리지어 산다. 개미는 교육도 한다. 호박벌의 학습 능력과 교육 능력이 실험에서 입증되었다. 또 벌은 수를 셀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벌이 정교한 춤으로 먹이가 있는 장소를 동료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을 발견한 카를 폰 프리슈는 노벨상을 받았다. 꿀벌에게 해코지를 절대 하지 마시라! 꿀벌은 얼굴 사진을 보고 사람 얼굴을 구분한다. 그러니 자기나 자기 동족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쫓아와 공격할 수도 있다.
 
곤충의 건조 중량 중 10%가 질소인데, 식물은 2~4%란다. 그러니 식물을 먹어 필요한 질소를 채워야 하는 곤충들은 엄청난 식물을 먹어치울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진딧물이다. 왜 진딧물이 식물에 끼면 식물이 남아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식물에는 질소 외에 물과 당분이 많다. 그건 진딧물에게 필요 없다. 그러니 배출하게 된다. 그걸 개미가 좋아한다. 그래서 개미가 진딧물을 지켜주는 것이다. 아니, 저자의 말을 빌면, 진딧물 축산업을 하는 것이다. 

최근 어마어마한 메뚜기 떼가 동진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인도를 초토화시키고 있으며, 조금 후에는 중국에 도착할 것이다. 이들이 질소를 얻기 위해 중국의 들판을 싹쓸이했다는 뉴스가 조만간 대서특필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들이닥칠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곤충은 세계 야생 식물 80% 이상의 종자 생산에 기여한다고 한다. 곤충이 수분을 한 과일이나 종자는 인공 수분을 한 것보다 양이나 질에서 크게 우수하다. 독일의 한 연구 팀에서 딸기가 자가수분이나 바람에 의해 수분되었을 때와 곤충에 의해 수분되었을 때를 비교 연구했다. 후자가 전자보다 빨갛고 단단하며 못난이가 적었다. 딸기가 단단하면 맛은 물론, 운송과 보관에도 좋다. 그러니 시장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사과나 블루베리, 유채, 토마토 등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식물은 곤충이 씨방에 꽃가루를 떨어뜨리는 것과 저절로 떨어지거나 바람이 넣어주는 것을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아니면 곤충의 몸에 묻었다가 떨어질 때 신비한 물질을 함께 묻혀 떨어지기 때문일까? 그것도 참으로 신기하다.
 
곤충은 식량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워낙 영양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고기 수준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거의 없으니 건강식이다. 거기다 미네랄도 풍부하다. 따라서 곤충을 식량화한다면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소는 엄청난 물을 소비하고, 곡식을 소비한다. 그리고 소가 싼 똥은 심각한 환경오염 물질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런데 곤충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오히려 곤충을 키우는 것은 쓰레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인간이 버린 유기 폐기물을 먹고 자란 곤충으로 가축이나 물고기를 기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곤충으로 만든 음식이 일반화되거나, 곤충을 먹고 자란 육류나 물고기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게될지도 모르겠다.

책 한 권에 담긴 가치는 저마다 다 다르다. 이 책은 참 보기 드물게 훌륭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이 탐욕에 눈이 멀어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어 파멸의 웅덩이를 파고 있음을 경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곤충을 통해 인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결국, 상생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오만을 버리고, 인간이 그저 자연계의 작은 부분임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귀를 기울인다면, 인간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귀한 책이니 많은 독자들이 집어 들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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