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시민의 물리학’ - 시민들에게 필요한 물리학적 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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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시민의 물리학’ - 시민들에게 필요한 물리학적 소양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5.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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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민의 물리학’ 표지 이미지 / 사진 = 플루토
책 ‘시민의 물리학’ 표지 이미지 / 사진 = 플루토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시민의 물리학, 이 독특한 제목은 무엇일까. 시민과 물리학이 동시에 엮이는 이런 특이한 제목이 눈길을 끈다. 물리학이란 물리학자들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아주 어려운 학문 아니던가? 왜 물리학과 시민이 동시에 등장하는가? 물리학을 이해해야 시민의 자격이 존재한다는 도발적인 내용의 책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책인 것인가?

'그리스 자연철학에서 복잡계 과학까지, 세상 보는 눈이 바뀌는 물리학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시민들에게 물리학적 소양을 갖출 것을 권장하는 책이다. '세상 보는 눈이 바뀌는'이라는 대목이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물리학은 모든 부분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문으로서의 '과학'이 태동되었다고 볼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는 물리학의 역사를 설명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보여준다. 그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계산식 등을 최대한 줄이고 물리학에 밝지 않은 이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책을 전개해 나간다.

그렇다면 물리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물리학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세상의 물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밝히는 딱딱하고 어려운 복잡한 학문 정도로 표현되곤 한다. 소위 문과를 나온 이들은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과를 선택한 이들도 선택과목 중 물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각종 매체에서 생각보다 자주 언급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유명한 상대성이론이나 최근 자기계발서 등지에도 언급이 되는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거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정체는 잘 모르면서 언급만 많은 요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저자에 따르면 물리학이란 자연에 관한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그 시대의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그리스의 과학자들이 세상을 이해했던 이론들은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기에 얼토당토 않은 이론들이 많다. 현대물리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뉴턴의 고전물리학 역시 현재의 물리학 관점으로 보면 틀린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은 당시의 과학자들이 나름의 논리적 논증 혹은 실험을 통해 입증했던, 자연을 이해하는 합당한 방법들이었던 것이다. 자연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인간들의 관점이 좀 더 옳게 설명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 그것이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 과학까지 시간 순서별로 전개해 나간다.

1장 그리스 자연철학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과학이라는 학문이 태동하는 과정을 짚어나간다. 사실 이 시기에는 그리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새로운 시각의 발전이 진행되었다. 중국의 유교와 노장 사상, 인도의 우파니샤드와 붓다, 이스라엘의 예레미야와 유대교 등 현대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들이 이미 이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이 시대에 인류 정신의 큰 축이 세워졌다는 의미로 '축의 시대(axial age)'라고 명명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이 장에서 탈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등의 그리스 철학자들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들의 이론을 돌아본다. 물론 이들의 이론은 현대적 의미의 과학이라고 볼 수는 없다. 토머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이 존재하지도 않고 과학의 핵심인 실험과 검증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를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인간이 신화에서 벗어나 스스로 세상을 사유하기 시작한 과학의 태동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장 고전물리학의 시작에서는 사과나무 아래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도출해 낸 아이작 뉴턴이 등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뉴턴역학이 담긴 뉴턴의 저서 <자연철학과 수학적 원리>가 출간된 1687년을 기준으로 고대 그리스부터 출간 이전까지는 과학사의 전반부, 출간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후반부라고 구분할 수 있으며 뉴턴에 의해 탈레스 이후 두 번째 과학혁명이 촉발된 것이다. 물론 뉴턴 홀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며 16세기의 귀납적, 실증적 사고의 등장과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데카르트, 갈릴레이와 같은 거인들이 쌓아 놓은 토대 위에서 뉴턴의 업적이 가능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3장 전자기학의 탄생에서는 전기력과 자기력를 하나의 힘응로 통합하여 설명하는 전자기학의 탄생을 짚어나간다. 이를 통해 그 존재가 의문이었던 빛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것 역시 돌아본다. 전자기학은 전기와 자기, 빛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의 혁명이었으며 뉴턴의 고전물리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통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전물리학의 완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4장 현대물리학의 시작에서는 누구나 이름을 들어본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이 등장한다.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를 기반으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력은 누군든지 같으며 상대적으로 등속하는 두 관찰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시간, 공간, 질량, 에너지가 통합된 설명인 일반상대성이론이 도출되는 과정과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대체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5장과 6장에서는 현대 물리학의 최첨단인 양자역학(5장)과 열역학과 통계역학(6장)의 등장을 살펴보며 질서도 혼돈도 아닌 복잡계, 즉 생명의 물리학적 해석 등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민’의 물리학이라고 제목을 지었던 것일까. 뉴턴의 고전역학에 따르면 힘과 초기 조건만 안다면 그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즉 처음의 시점에서 미래의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물리학으로 발전하면서 초기 조건을 정확히 아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대략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바로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다. 저자는 무분별한 인간 욕심의 추종과 과학기술의 사용이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불러왔으며 체르노빌 원전, 후쿠시마 원전 등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고 등을 일으킨 것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지구의 엔트로피가 날로 증가하여 대다수의 생명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물리학이 경고해 왔지만 세계는 악화일로를 걸어가고 있다며 공멸에 다다르기 전에 주권자인 시민들이 일어나 바로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이라는 제목을 지었던 것이다. 

이 책은 소위 ‘물포자(물리를 포기한 사람)’들의 물리학 입문서로도 적합하지만 보편학문인 물리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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