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책 ‘냉장고의 탄생’와 함께 본 생활의 변화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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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 ‘냉장고의 탄생’와 함께 본 생활의 변화와 혁신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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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 칼럼니스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물건 두 개만 들라고 하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냉장고와 세탁기라고 말하겠다. 이 두 가지가 가져다 준 다양한 편의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중 가장 고마운 것은 시간을 벌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자주 생각을 한다. 냉장고가 없다면 어떻게 살지. 
 
책을 뒤지다 이 책을 발견했다. 일종의 냉장고에 관한 역사이겠거니 하고 목차를 보니 반드시 그럴 것 같지 않았다. 물리학과 매우 연관이 있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읽기에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물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일천하여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원래 독서란 꼭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면 재미를 붙이기 어려운 것이니만큼 개의치 않고 모르면 건너 뛰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놀랍고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냉장고는 생활의 중심이다. 냉장고를 한 번 써 본 후 냉장고 없이는 살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는 거대한 냉장 체인의 끄트머리에 있는 덩굴손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식하게 되었다.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냉장시설이 없다면 결코 우리는 신선한 야채나 과일, 육류, 어류 등을 구매할 수 없다. 냉장트럭이 없다면 또한 이들 매장은 존재할 수 없다. 비행기나 선박에 냉동 혹은 냉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캘리포니아의 오렌지를 우리는 먹을 수 없다. 북유럽에서 잡거나 양식한 연어를 맛볼 수 없다. 
 
조금 더 나아가 현대 도시는 냉장시스템이란 기반 위에 세워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 보관과 운반의 거대한 체계가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도시의 일상은 파괴될 것이며, 도시민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미쳐 싸우는 원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차가움의 기술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이 되었다. 그리고 차가움을 응용하려는 인류의 탐구심은 이제 인공피부, 항생제, 시험관 아기 등을 가능하게 했고, 양자컴퓨터시스템, 텔리포테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러한 냉장고, 냉장시스템이 있기까지의 인류가 차가움을 추구해 온 역사와 학문적 배경이 이 책에 가득하다. 잠간 살펴본다면, 무려 기원전 18세기 메소포타미아의 왕 짐리-림이 ‘이전 어떤 왕도 지은 적 없는 얼음 창고를 지으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료가 발견되었다. 고대 페르시아에는 얼음 제조 시스템이 있었다. 이 역시 기원전 15세기의 역사적 사실이다. 
 
7세기 당나라의 부유한 가정에는 냉방용 얼음을 사용했으며, 천자를 위한 얼음관리만 자그마치 94명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얼음 창고는 와인과 음료를 차갑게 보관했을 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까지 저장했다. 조선시대의 동빙고와 서빙고는 유명하다. 1396년에 이 두 얼음저장고가 한강변에 지어졌다. 우리가 오늘날 먹는 팥빙수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왕이 죽으면 5개월 간 애도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얼음저장고의 얼음으로 시신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런 조상을 가진 덕분인지 우리나라는 일반냉장고는 당연하고 김치냉장고라는 특이한 냉장고도 개발했다. 이는 땅을 파서 항아리를 묻고 김치를 저장했던 그 원리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냉장고이며, 김치냄새를 LED조명을 통해 제거한 냉장고이며, 칸마다 온도조절이 가능하여 김치의 종류에 따라 가장 적절한 숙성이 가능한 냉장고다. 그래서 이제는 김장을 굳이 겨울에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냉장고가 작동하는 방식은 증기-압축순환이다. 이때 사용되는 액체를 냉매라 한다. 처음엔 암모니아를 다음엔 프레온 가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냉장고의 원리는 에어컨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에어컨의 보급은 프레온 가스의 대방출을 가져왔고 이렇게 방출된 프레온 가스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가 성립되었고, 지금은 냉매로 과불화탄소를 사용한다. 
 

책 ‘냉장고의 탄생’ 표지 이미지 / 사진 = MID
책 ‘냉장고의 탄생’ 표지 이미지 / 사진 = MID

책에는 현재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냉장체인시스템의 역사가 아주 상세히 잘 나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물론, 대부분 돈이 되는 사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만들어냈다. 또 급속냉동기술이나 기체를 냉각하여 초전도체를 만들었다. 이는 자기부상 열차에 이용되며, 핵융합기술에도 쓰이고 있다. 헬륨은 일정온도에서 냉각되면 초유체가 된다. 이는 점성이 제로가 되는 상태다. 갇히지 않는 유체로 영구 운동이 가능하다. 이는 양자물리학과 연결이 된다.
 
책을 읽고 나니 안 그래도 신기한 냉장고가 더욱 달리 보였다. 냉장고는 가스 공장이다. 로켓 엔진이며, 데이터 센터이며, 수소폭탄이다. 냉장고는 구멍을 파며, 댐도 건설한다. 뇌의 영상을 찍는다. 천연가스를 1/600로 압축시켜 액체로 만든다. 순수한 질소나 산소를 만들어내어 보다 안전한 자동차나 항공기의 타이어에 주입되거나, 강철, 플라스틱, 인조 섬유 등을 만드는 데 쓰이며, 우주개발에 참여한다. 그리고 냉장고는 우리를 먹여 살리는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냉장기술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수명 연장의 꿈을 냉장기술을 통해 꾸고 있다. 순간이동에 준하는 것 또한 냉장기술의 연장에 있다. 

아마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기술에 동참하고자 하는 꿈이 생기지 않을까? 학문을 통해 기여하겠다는 꿈, 이러한 기술에 투자를 하겠다는 꿈, 기술의 발전을 뉴스로 접했을 때 마음을 모아 응원하겠다는 꿈까지 꾸는 이가 많아지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생기기 바란다. 혹은 자신이 누리는 것에 대해 아무런 감흥이 없이 사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냉장고,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상상해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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