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책 ‘말의 품격’을 통해 살펴본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냅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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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 ‘말의 품격’을 통해 살펴본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냅스'의 의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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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의 품격’ 표지 이미지 / 사진 = 황소북스
책 ‘말의 품격’ 표지 이미지 / 사진 = 황소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 칼럼니스트] 거짓말이 난무하는 작금의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말의 무상함을 뼈아프게 느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란 말의 의미가 이토록 천불이 나는 것일 줄이야! 다행히도 폭발 직전의 시뻘건 분노를 이 책이 가라앉혀 주었다. 나라의 안위도 생각해야겠으나 修身이 먼저임을 한 번 더 깨우치게 했다. 그리고 저자의 다음 말이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이 되어, 말은 많으나 이어주는 말은 빈곤하여 점점 더 홀로 고립되어 가는 섬들의 고통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저자는 말에 대해 책까지 쓰면서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고. 그러면서 사물이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도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른 것처럼, 마음을 담아내는 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준이나 등급을 나타내는 品이 입 口 세 개가 모여 이루어졌음에 주목한다. 즉, 품성이란, 말이 쌓이고 쌓여서 형성되는 것이며, 그 말은 그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말의 품격은 먼저 상대를 존중함에서 나온다. 존중한다는 의미는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로, 책 속 예화에서 딸이 존중이 무슨 말이냐고 묻는 것에 대한 아버지의 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음, 그러니까,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 거야.”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다. 경청이다. 경청의 예로 저자는 이순신 장군을 들었다. 그의 개인 집무실 겸 독서 공간은 참모들과 대화하는 장으로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출입이 자유로워 계급이 낮은 졸병들도 자주 드나들었는데, 장군은 그럼으로써 누구보다 해안의 물길과 지형을 잘 아는 그들로부터 엄청난 정보를 얻었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확인하며 최고의 전략을 짠 것이었다. 그가 백전백승의 명장이 된 데는 이처럼 자신을 낮추어 누구의 말이라도 듣겠다는 경청의 자세가 있었던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경청은 그저 듣는 게 아니다. 말하는 이를 그대로 느끼며 듣는 것이다. 즉, 공감하며 듣는 것이 경청이다. 그리고 공감은 나와 말하는 이를 동등하게 여기면서 상대를 느끼는 것으로, 내가 상대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의식에서 나오는 동정과 다르다. 그리고 공감을 적절한 리액션으로 표현을 한다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상대도 마음을 열게 된다.

만약,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존중하여 자신의 말에 경청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다. 즉, 협상을 잘 하려면 이러한 선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당히 실리적인 수사법이라 하겠다. 남을 이용해 먹기 위해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상황을 제대로 풀고자 한다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예로부터 말을 잘하는 것은 은으로 친다면 침묵은 금으로 쳤다. 물론, 무턱대고 입을 닫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면의 말을 키우기까지 인내하는 과정을 침묵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마이크만 잡으면 청중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정말 민폐다. 말을 해야 한다면, 꼭 해야 할 말 만큼만 하는 게 덕이다. 성인 최대 집중력이 18분이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도 있다. 이 말은 그 만큼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으니, 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지나치면 오히려 안 한 만 못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는 예의 없는 고객에게 돈을 더 받는 메뉴판을 걸어 놓았다고 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의 프랑스판 사례라 해야겠다. 그곳 커피 값은, 고객이 주문을 할 때, “커피”라고 하면 7유로, “커피 주세요” 하면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4.25유로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한바탕 웃었으나 한편,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그런데 말은 번지르르한데 행동은 영 아닌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행이 일치되는 사람에게 존경을 표한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언행이 일치할 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영향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문에 말했듯, 사람은 저마다 섬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아무리 모여도 육지가 되긴 어렵다. 그것이 사람이 가진 개성의 가치이면서 딜레마인 것이다. 이런 섬들에 관계를 만드는 최고의 도구이기도 하고 최악의 도구이기도 한 것이 말이다. 말이 최고의 도구가 되어 ‘우리’를 형성해 낼 수 있고, 수많은 ‘우리’가 하나가 되어 협력하도록 돕는다면, 섬이 육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아름답게 이어주는 말, 그것은 그것을 쓰는 사람의 품격이 뒷받침이 되는 만큼이다. 그런 말의 품격이 어떤 것이며, 어디서 비롯되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저자는 매우 적절한 사례와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표현해 놓았다. 참 말을 적당하게 잘 하는 분이다. 말의 품격을 논할 자격이 글에서 느껴진다. 글이 막힘없이 수려한 듯해도 행간에서 글쓴이의 격이 낮음이 간파되면 갑자기 책을 놓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렇기는커녕 독자를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

갈수록 말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것에 염증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는 기회, 품격을 가늠하는 자신의 말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좋을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야 소음도 잦아들고, 섬과 섬을 잇는 소통의 가교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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