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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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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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표지 이미지 / 사진 = 허블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표지 이미지 / 사진 = 허블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SF소설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상상하는 사고실험이다. 미래의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혹은 현존하는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에는 그 어떤 제약도 없다. 꼭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어떤 배경에 어떤 배우를 세우든, SF소설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은 벽의 얼룩 속에서 예수의 얼굴을 찾아내고, 동물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낄 거라고 전제하는 존재다.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바깥세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상상하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도구를 쓴다.

그래서 바깥을 향해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동시에 안으로 수렴한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뿌리 깊은 나무가 가지를 얼마나 넓게 펼치는지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소외와 차별, 배제의 실상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속의 미래 인간 사회에서는 많은 꿈들이 이미 현실화됐다. 미와 건강, 장수를 보장하는 인간 배아 디자인이 가능하고,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워프 항법이 개발되었으며, 세상을 떠난 사람의 데이터를 저장해 언제든 정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한 사회에서는 모두가 함께 행복할까. 책에 실린 중단편 작품 7편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작가의 고민이 담겨있다.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 때문에 기존 항로가 막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여성 과학자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편견에 시달리던 동양인 여성 우주인이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주체적인 삶을 찾는 이야기(<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소통할 수 없는 외계 생명체를 평생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할머니의 이야기(<스펙트럼>)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손쉽게 선악을 평가하는 대신 담백하고 깊게 삶과 삶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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