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우리 세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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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우리 세대의 위기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19.09.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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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善進國) 개념은 무엇일까?
책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표지 이미지 / 사진 = 21세기북스
책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표지 이미지 / 사진 = 21세기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각 시대별로 새로 사회에 등장하는 청년층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다. X세대, N세대 등등... 이 단어들은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영향으로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성장 환경, 행동 양식 등을 보여주는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었다. 기성세대의 시선으론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아이들'을 구분하기 위한 명칭이기도 했다.

이런 명칭들은 어느 순간부터 생활양식이 아닌 경제적 위기를 함축한 단어로 바뀌었다. '88만원 세대', 'N포세대'의 등장이다. 청년실업에서 N포세대까지 이어지는 명칭들은 청년세대의 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청년 뿐만 아니다. 기성세대의 주축을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 역시 은퇴를 앞둔 이 때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대한민국은 밖에서 볼 땐 분명 부자나라인데 왜 국민들은 모두가 위기이며 어렵다고 하는걸까.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저자는 우리 사회가 패러독스에 빠져있다고 주장한다. 물질적 풍요가 있음에도 자살률이 증가하고 행복감이 감소하는 ‘풍요의 역설’과 성공적인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정치혐오가 늘어나고 투표율이 감소하는 ‘민주화의 역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격, 품격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사회의 품격은 군사적․경제적 역량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 나라의 수준을 의미하며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이를 소프트파워(연성권력)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사회가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불신, 불만, 불안이라는 세가지 문제와 그에 따른 국민간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불신 측면에서 보면 사회를 불신한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그 중에 사회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두드러진다. 실제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통계기준 조사대상 180개국 중 45위, OEDC 36개국 중 30위라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저자가 수행한 심층면접조사에 따르면 불신이 가장 강한 영역은 조세와 각종 보험부분이었다. 즉 세금과 보험료가 공정학게 걷히고 공정하게 쓰이는지에 대한 의심이 상당했다.

불만 측면에서는 경제성장의 둔화와 중산층 기준의 상승으로 분석했다. 과거 고도성장시기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저성장 단계인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산층 조사 결과를 보면 80년대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을 중산층이라 표현했지만 재산의 비율이 비슷한 현재에는 중산층이라 답변하는 국민들이 많이 줄었다. 더 자세히 보면 중산층은 핵심 중산층과 주변 중산층으로 나눌수 있고 그 아래 하층이 있는데 소위 재벌로 불리는 극소수의 상층을 제외하면 국민들 대체로 세 집단으로 나눌수 있다. 객관적으로 분류된 하층은 스스로 중산층이라 자처하기 힘든데 조사결과 역시 하층의 8.7%만 자신을 중산층이라 표현하였다. 그런데 주변 중산층의 15%만, 핵심 중산층의 30%만 자신을 중산층으로 자처한 것은 놀라운 결과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그 이유는 2013년에 중산층 기준에 대한 설문에서 찾을 수 있다. 설문 결과 연봉은 약 7000만원, 재산은 약 10억원이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결과는 해당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 정도라는 걸 볼 때 말도안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준은 강남8학군 거주자들 수준이 퍼진 것으로 강남에서 3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자신과 비교한 국민들이 모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안의 측면을 보면 IMF사태의 상처가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외환위기 전에는 고도성장 중에 사회 전반적으로 '희망의 문화'가 지배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불안사회' 증후군이 전반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IMF를 넘기지 못한 사람들은 이미 어렵고 IMF를 어찌 넘긴 사람들도 자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무의식중에 있는데 이제 곧 은퇴하는 나이대가 되어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고 자란 지금의 청년세대들은 안전함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계속 경쟁률이 높아져가는 공무원시험이 증명한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창업은 기피하는데 이는 국가 발전의 동력이 약해짐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갈등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이며 경제학자들이 갈등지수와 GDP 간의 연관성을 계산해보니 사회적 갈등으로 매년 소모하는 비용이 수십조 단위라고 한다. 사회적 갈등만 줄여도 국가 성장률이 1~2퍼센트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종과 종교 등으로 갈등의 강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가 많은데도 갈등지수가 높은 이유는 우리 사회의 갈등해소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제도권과 시민사회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이와같은 문제에 직면한 한국사회에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김진현 선생이 제안한 선진국(善進國) 개념이다. 여기서 선이란 약자에 대한 배려나 공정성, 개방성, 규율 등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선(善)인프라'로 지수화 하여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조지프 나이 교수의 소프트파워및 사회의 품격과 비슷한 개념이다. 사회적 투명성을 확보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치를 외면하지 말고 활발히 참여해 시민사회를 활성화 시켜 제도권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공공성을 통해 불신을,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불안을,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불만을 줄여나가 사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북유럽 선진국의 예시와 통계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길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사회가 그런 선진국같은 모습이 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런지 저자의 제안에 공감하는 마음은 조금 부족하다. 나에겐 조금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왜 우리의 삶이 힘든지 분석한 저자의 시각은 꽤 흥미로웠다. 어렴풋이 보이던 그 원인을 가린 안개를 조금 걷어주는 느낌이었다.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도 아닌 사람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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