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아, 짭조름한 역사의 맛, '절임 식품의 역사'
상태바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아, 짭조름한 역사의 맛, '절임 식품의 역사'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4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절임 식품의 역사’ 표지 이미지 / 사진 = 북스힐
책 ‘절임 식품의 역사’ 표지 이미지 / 사진 = 북스힐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각종 음표가 어우러진 오선지를 읽다 보면 올림표(#, sharp)라는 기호가 보인다. 해당 음에서 반음을 올리라는 지시다. 단조로운 식단에 작은 변주를 선물해온 절임 식품은 식탁의 올림표와 같다. 문장 부호 중에서는 느낌표나 물음표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국의 절임 식품이라면 역시 김치다. 국내외적으로 한국 사람의 상징과도 같은 김치처럼, 각 대륙과 나라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절임 식품이 있다. 유럽의 사우어크라우트와 청어 절임, 인도의 아차르, 라틴 아메리카의 세비체, 터키의 투르슈까지. 지역별로 특색있는 절임 식품이 존재한다. 책은 동서양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절임 식품의 역사와 그 중요성을 짚어본다. 
 
절임 식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절임 식품은 황제의 음식이기도 하며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기도 했다. 엘리트층의 식탁에 올라간 기록도 있지만, ‘절임’이라는 제조 방식 자체가 대중에게 식품을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 만리장성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에게 절임 식품을 공급하기도 했으며,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생선과 양배추 절임 등이 식단의 중심 역할을 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음식을 오래 먹을 수 있게 보존하는 것이 절임 식품을 제조하는 원래 목적이었다. 그런데 소금이나 간장 등을 기타 향신료와 섞어 재료를 재우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맛과 풍미가 더해졌다. 근현대로 접어들며 각종 보존기술이 발달했지만, 톡 쏘는 것 같은 느낌표의 맛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김치는 사스 사태 때 면역력을 키워주는 음식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얻었다. 독일인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 절인 청어 요리를 먹고, 오이 절임 주스는 근육 경련 예방 효과가 알려져 시판 음료로 개발되기도 했다. 절임액에는 체내의 체액 조절, 신경 및 근육 기능을 조절하는 나트륨과 마그네슘, 칼륨 등의 미네랄 성분이 충분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각의 올림표이자 건강의 올림표. 절임 식품이 미각에 새겨진 특유의 맛과 건강상의 효능으로 계속 사랑받을 것은 확실하다. 피클의 톡 쏘는 맛을 피자와 파스타만큼 사랑한다면, 답답한 요즘 방구석에서 전 세계 미식 투어를 하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전문가 서평] ‘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글이 쉬워지는 책,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
  • [전문가 서평]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 자기계발서를 바르게 읽는 법
  • 비즈니스북스, ‘한 문장으로 말하라’ 출간
  • [전문가 서평] ‘디지털 미니멀리즘’ -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있다고 느낄 때
  • 출판진흥원, 해군 제1함대사령부에 도서 기증
  • [전문가 서평]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죽음을 선택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