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 자기계발서를 바르게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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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 자기계발서를 바르게 읽는 법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7.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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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필로소픽
책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표지 이미지 / 사진 = 필로소픽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자기계발서는 이미 서점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주요한 장르이다. 도서관에서도 자기계발서에 관한 서가가 한 두개는 꼭 들어가 있다. 이용자들이 대출하는 빈도도 높은 편이다. 자기계발서는 사람들에게 낯선 책이 더 이상 아니며 오히려 한 권도 읽어본적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대중화된 장르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자기계발서에 대한 열망이 높은걸까? 어째서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것일까. 자기계발서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네 스스로 할 수 있다. 너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네 자신에게 달려 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는 개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공통적인 의식을 표현한다고도 볼 수 있다. DIY, 모든것을 스스로 하라는 것. 우리네 새로운 문화인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시기는 IMF 경제위기 이후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우리의 삶에 성큼 들어오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위태로워진 정규직 역시 안정적이지 못한 채 표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같은 시기에 등장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무한한 경쟁이 기본 요소이다. 이는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없으면 지위가 위태로워진다. 자신의 가치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너는 할 수 있다. 네 스스로 가치를 높여라. 성공과 실패는 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기계발서가 탐독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은 자기경영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각자의 개인을 일종의 기업처럼 간주하고 좋은 성적(개인적 성공)을 내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목표를 설정해 수행하는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자기계발서의 내용에 부합한다. 자기계발서가 대중화되기 전 주요 독자층이 기업인, 다단계 업체, 목사 등 사람을 대상으로 경영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던 이들이었다는 것이 자기계발서의 정체를 보여준다.

자기계발서는 성공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당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다.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들을 들여다보면 당시에 어떤 요소를 중요시 했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요소가 중요하게 변하는지 등을 짚어낼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자기계발서에 대한 일종의 고발서인 <거대한 사기극>을 출간하며 주목을 받았던 작가 이원석이 자기계발서의 계보를 밝혀낸 책,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를 통해 어떤 시기에 어떤 자기계발서가 주목을 받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짚어낼 수 있다. 특정 자기계발서의 유행은 그 사회가 무엇을 강요하는지, 독자층은 무엇이 부족한지 등을 명확히 보여주곤 한다. 자기계발서에서 읽어낸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는 무엇일까.
 
태초에 대중적인 자기계발서가 등장했으니 그 이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이다. IMF 사태 이후 부에 관한 대중들의 갈망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부자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에 관 한 담론을 끌어올렸으며 부자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영향을 끼쳤다. 기존의 대한민국에서 부자,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것 등 금전에 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돈만 밝히는 속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IMF 사태를 지나면서 돈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 문제되는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때에 맞추어 등장했으며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카드광고 중 하나로 회자되는 BC카드의 광고 카피라이트인 “부자 되세요”는 부자에 관한,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관한 이미지가 대중에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광고였다.

뒤이어 등장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공병호의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는 더 이상 평생직장과 안정적인 사회는 없다는 것을 긍정하면서 왜 이런 사회가 도래했는지를 논하기 보다는 자신의 위태로운 상태를 수용하면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등을 주요 논의로 가져온다. IMF 경제위기 이후 도래한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위태로워진 개인들의 삶의 원인을 오롯이 개인들의 노력 부족으로 간주하였으며 사람답게 살고자 하러면 “노~오~력 해라”라는 기득권의 지엄한 명령에 기조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그 다음으로 등장한 론다 번의 <시크릿>은 결국 노력을 하다 하다 결실을 맺지 못하니 원하는 것을 믿음으로서 얻는다는 망상에 몰두하게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의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신비한 약속에 매달리는 것은 생존을 향한 처절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선명히 알 수 있다.
 
그 뒤로 등장하는 혜민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둘째 치고 당장 급한 상처에 약을 바르는 소위 ‘힐링’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읽어낼 수 있고, 일방적인 힐링의 메시지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갈증에서 비롯된 소통이 가능한 기성세대인 ‘멘토’에 대한 열망을 읽어낼 수 있는 박경철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등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계발서를 읽는 독자 층의 요구사항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자기계발서의 메시지를 보고 있노라면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항상 하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가치 있는 지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적자원만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인적자원이 되거라’와 같은 말들. 당시에는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인재들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OECD 최고의 근무시간, 과로와 산업재해로 죽어나가는 사람들 등을 보고 있자니 당시 선생님들이 말하던 인적자원이라는 말이 능력 있는 인재가 되라는 뜻도 있겠지만 석유를 태우듯 인간을 태워서 굴러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말 그대로 천연자원처럼 소모되라는 말이었구나 하는 씁슬한 생각이 든다.

대중 서적 중 가장 욕망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상을 짚어보는 저자의 기획은 매우 흥미로웠다. 쉽게 접하는 매체 중 자기계발서만큼 이렇게나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매체도 드물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는 어느정도 재산을 가진 상류층의 욕망과는 다르다.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네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선에서 대한민국의 사회를 짚어보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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