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과학이라는 헛소리’ - 유사과학의 욕심과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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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과학이라는 헛소리’ - 유사과학의 욕심과 사기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6.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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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과학이라는 헛소리’ 표지 이미지 / 사진 = MID
책 ‘과학이라는 헛소리’ 표지 이미지 / 사진 = MID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더운 계절이 다가와 어딘가 보관해 놓았던 선풍기를 꺼내 틀어놓을 때면 기억나는 것이 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 혹은 위험하다’ 일명 선풍기 괴담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은 지금에 와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고 언급이 되더라도 유머의 한 장면 정도로 웃고 넘어가는 수준이지만 이 선풍기괴담의 유래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선풍기가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1910년대 당시 신문에서부터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위험하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선풍기를 켜놓고 잠들면 체온이 낮아져 감기에 걸린다거나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1927년 중오일보의 기사를 보면 선풍기가 진공상태를 만들어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약 100년 전부터 우리가 흔히 들어본 산소부족에 의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선풍기 괴담이 대중에게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선풍기가 정말로 유해한 것일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시피 말도 안 되는 속설이다. 선풍기로 인해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은 전기가 아니라 산소를 동력원으로 삼는 것이 아닌 이상 팬을 돌려 물리적인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기계일 뿐인 선풍기에게 말도 안되는 기능이다. 차라리 수면 시 저체온증을 유발하여 위험하다는 주장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일 뿐 저체온증을 유발한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다. 선풍기로 저체온증이 걸린다면 선풍기보다 훨씬 고성능인 에어컨은 시중에 유통이 금지된 매우 위험한 물건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괴담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대중에게 사실로 여겨졌다. 2007년도에는 동반자살을 위해 선풍기를 선택한 남녀 5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이 나이는 20대였다. 2009년도에는 당시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던 ‘스펀지’에서 선풍기괴담을 다루었는데 ‘선풍기는 죽음과는 관련이 없으며 수면시 체온을 조금 떨어뜨려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을 방영하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이 선풍기 괴담은 해외에서는 유사사례가 없는 오롯이 대한민국만의 도시전설이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영문위키백과에는 선풍기괴담을 팬데스(Fan death)라고 이름붙였으며 대한민국의 도시전설(Fan death is a South Korean urban legend)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공기가 희박해져 죽는다’와 같이 언뜻 과학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과학이 아닌 주장이나 이론을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라고 한다. 직접 알아보기 전 까지는 그럴듯한 과학이라는 외형을 뒤집어 쓴 채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시늉을 하는 이런 유사과학은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런 유사과학들이 앞서 언급한 선풍기 괴담처럼 진실이라고 믿어도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고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라면 바쁜 일상에 지친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되겠지만 누군가가 맹신한 유사과학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공중보건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회 전체 혹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유사과학은 절대 웃어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유사과학들은 철저한 증명을 통해 사실을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과학 관련 강의 및 과학 관련 서적을 저술하는 작가 박재용의 책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대한민국에 퍼져 있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외피를 뒤집어 쓴 유사과학들을 하나하나 무대에 세워 사실을 파헤치는 책이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이오 리듬, 지구평면설 등 개인의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유사과학(3장, 7장), 카제인나트륨, 사카린, 천연비타민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목적이 있는 유사과학(1장, 2장, 5장), 안티백신, 우생학, 혈액형 결정론 등 타인이나 공동체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유사과학(4장, 6장, 8장) 등 크게 세 종류의 유사과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선풍기괴담과 같이 대중 사이에 스스로 퍼져나가는 유사과학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유사과학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작위적으로 퍼트린다는 사실을 유의할 것을 주문한다. 각자의 개인이 자신은 관심이 없어서,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니까,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관련되고 싶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거나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이러한 유사과학들은 진실이라는 탈을 쓰고 겉잡을 수 없이 성장하게 되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물론 대다수의 시민은 과학자가 아니며 모든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속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어떤 과학의 모습을 한 주장을 들었을 때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합리적 의심을 민주사회의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력한 태도로 말한다. 다수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누군가가 이득을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트라는 유사과학을 적절히 견제하고 배제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인터넷에서는 ‘친환경’, ‘천연 유래’, ‘화학성분 배제’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말들이 넘쳐난다. 물론 이들 중에는 정말로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사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게재한 곳이 해당 사실로 이득을 보는 쪽의 매체에만 있는 등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과학이라는 헛소리>를 통해 내가 혹시나 사실이라고 믿었던 요소는 없는지 확인해보고, 사실을 확인하는 태도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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