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 도덕과 윤리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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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 도덕과 윤리에 대한 고민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6.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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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지상의책
책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지상의책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사회 전반에서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설파하는 모습은 이제는 익숙한 생활의 한 측면이 되었다. 처음 빅데이터라는 말이 언급되던 시기에는 빅데이터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논의가 활발했다면 지금은 이 빅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선이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다. 이 비행이 지구라는 명백한 목적지를 향해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시착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주선에서는 지구인이라면 누구도 본 적 없는 어떤 생명체가 나와 대지를 정찰한다. 이들은 지상의 동물에 들키지 않도록 움직이지만 어쩌다 눈치 챈 가축이나 인간을 가차없이 처치한다. 그렇게 처치하던 인간 중 하나가 주인공이라서, 혹은 주인공의 아는 사람이라서 이들의 존재가 알려지고 인류와의 전투가 벌어진다.

외계인의 침공 

여기 다른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는 한, 두 기의 작은 정찰용 우주선으로 먼저 침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레이더로는 전부 잡히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대군이 한꺼번에 이 푸른 별을 침공한다. 인류는 필사적으로 대응하지만 역부족으로 밀리는 와중에 주인공과 그 일행이 적의 약점을 타격하여 지구를 지켜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흔히 SF영화 라고 한다면 쉽게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장면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이 평화로운 지구를 침공하고 주인공과 친구들이 이를 물리치는 스토리는 여러 작품에서 차용하여 무척이나 친숙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대중매체는 어째서 인류가 아닌 외계종족이 이 지구를 침공하는 플롯을 사용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은유로써 작용하는 경우이다. 특히 외계인 침공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여겨지며 라디오 드라마로 방영 했을 당시 이를 청취하던 시민들이 실제 외계인의 침공인줄 알고 대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것으로 유명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1898)>은 실제로 외계인이 침공할 수 있으니 서로 싸우지 말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메세지도 담고 있지만 당시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이 제3세계를 침공하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세계가 둘로 나뉘었던 냉전시기의 민주주의 진영에서 나타난 SF 작품들은 외계인의 침공을 사회주의 진영이 침공한 것에 비유하였다. 특히 지금도 매니아가 많은 <스타워즈>의 제국군의 모습은 전형적인 사회주의 군대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두 번째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외계인이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침공했다면 이들을 무자비하게 섬멸하는 모습을 묘사하더라도 별로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좀비나 흡혈귀 같은 사람이 아닌 존재들을 적으로 설정하는 작품에서 특히 차용하는 요소기이도 하다.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존재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폭력성의 분출임과 동시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위와 같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라는 주제는 SF작품들의 일부 주제에 지나지 않는다. SF작품은 외계인의 침공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 모습의 변화와 그에 따른 지금과는 다른 사회윤리 등을 묘사하는 작품들은 이를 통해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생각을 새롭게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고마쓰 사쿄의 <흉폭한 입(1969)>에서는 자기 자신을 먹어치우는 사람이 등장한다. 자신이 먹어치운 부분을 기계로 바꿔가던 그는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뇌마저 먹어치우고 기계로 대체해버린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니얼 맨(1976)>의 주인공 앤드류는 로봇이었으나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부품을 하나씩 유기 물질로 바꾸기 시작한다. 그는 200세 생일에 자신이 인간으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죽음을 맞이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서평전문지 모먼트 DB

위 두 가지 작품은 인간이 어디서부터 기계라고 할 수 있는지, 기계가 어디서부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어떤 요소로 인해 인간이라고 인정받고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SF작가 김보영, 박상준의 책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는 바로 이런 질문들과 등장인물들의 토론을 통해 SF장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이다. 서울 근교의 한 문화 센터 강의실에서 ‘밤샘 고전 SF 단편 영화제’라는 이름의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작가 지망생, SF 덕후, 공대생, 기자, 영화제 직원 등 다섯 사람 앞에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는 로봇이 등장한다. 시간여행의 부작용으로 데이터가 꼬여버려 기억을 잃어버린 로봇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다섯 사람은 SF에 관해 토론하면서 기억을 되찾을 단서를 찾아간다. 
 
저자들이 이 책의 제목을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라고 선정한 이유는 SF라는 장르가 단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침공, 우주전쟁 등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는 파국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현실을 고찰하도록 도우면서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을 함축했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의 형태를 차용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며 사이사이에 소개하는 SF작품들은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자극한다. SF라는 장르에 흥미가 있거나 단지 제목에 이끌린 이들이라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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