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속죄의 무게, ‘공허한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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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속죄의 무게, ‘공허한 십자가’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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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허한 십자가’ 표지 이미지 / 사진 = 자음과모음
책 ‘공허한 십자가’ 표지 이미지 / 사진 = 자음과모음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큰 시련은 가족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가정을 가차 없이 깨뜨리기도 한다. 회사원이던 나카하라의 경우는 후자였다. 아내인 사요코가 잠시 외출한 사이 집에 강도가 들어 어린 딸이 생명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범인은 붙잡혀 형을 선고받지만, 부부는 그날의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갈라선다.

세월이 흐른 후, 나카하라는 전 부인인 사요코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딸을 잃은 데 이어, 같은 슬픔을 공유했던 사람을 잃은 것이다. 범인은 피해자인 사요코와 전혀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지만,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남긴 기록을 보고 의문을 품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Unsplash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Unsplash

제목인 ‘공허한 십자가’는 사요코가 쓰고 있던 책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나오는 표현이다. 딸의 참담한 죽음을 마주했던 사요코는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복역을 통한 범죄자의 갱생 가능성은 작으며, 유족의 새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사형제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형은 죄에 걸맞은 합당한 처벌일까? 유족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책은 한 가족의 비극에서 출발해 죄의 대가를 치르는 방식의 면면을 보여주고, 참회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형제도 등 형사처벌제도의 모순을 지적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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