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파괴와 희망의 이름, ‘콜럼바인’
상태바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파괴와 희망의 이름, ‘콜럼바인’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6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콜럼바인’ 표지 이미지 / 사진 = 문학동네
책 ‘콜럼바인’ 표지 이미지 / 사진 = 문학동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참사에 대응하는 자세로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지금,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이 사실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 있다. 20세기 말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불리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저널리즘 보고서 <콜럼바인>이다. 이 책의 부제는 ‘비극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보고서’다. 10년간의 취재와 집필 과정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의 사건 당일 경과와 이후 수습과정을 낱낱이 담았다. 
 
1999년 4월 20일. 두 소년이 총과 폭탄을 지니고 자신들이 다니는 콜럼바인 고등학교를 찾았다. 그들은 다른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총을 난사하고 폭탄을 던졌다. 총 13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 
 
사건의 충격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만 미치지 않았다. 테러범들이 어디에 있는지, 피해 규모가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이 실시간 중계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의문은 ‘누가, 왜’였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누가 범인인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범인들이 발견되었지만,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미국 학교들에서는 몇 년 전부터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고, 가해자를 바라보는 일종의 프레임이 존재했다. 언론은 이 사건 역시 반사회적인 외톨이와 사회 부적응자의 소행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후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이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은 그날의 정황을 묘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범인들의 사건 준비 과정과 생존자와 남은 사람들이 사건을 극복하는 과정을 넘나든다. 자기 우월의식에 취해 있던 범인들의 계획과 심리를 파헤치며, ‘왜’라는 질문에 답한다. 동시에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의 실태를 밝히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도 면밀히 살핀다.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한 보도 경쟁, 충격적인 사건을 이용해 일종의 특수 효과를 노린 지역 교회, 책임을 덮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정부 당국.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고,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상당했다. 생존자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총격자들 때문에 남은 인생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한 생존자의 말은 끔찍한 상황을 극복하는 인간의 놀라운 용기를 보여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문화재단, 코로나19 피해 예술인에 총 60억 지원
  •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당신 곁의 그 사람, ‘근린 생활자’
  • [오피니언] 범우주적 친환경 로맨스, '지구에서 한아뿐'
  • [전문가 서평] '색의 유혹' - 색이 지배하는 세상
  •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파괴와 희망의 이름, ‘콜럼바인’
  • [전문가 서평]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