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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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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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표지 이미지 / 사진 = 현대지성
책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표지 이미지 / 사진 = 현대지성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워낙 유명한 책, 처세술의 고전에 가까운 책이라 자주 눈에 들어왔었다.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모른다기보다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못 고치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임에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굳이 한 번 더 완고한 자신의 미련함을 확인하며 언짢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또 눈에 들어왔다. 까짓 것 한 번 더 자괴감에 빠져보자 하고 읽기로 했다. 
 
무척 재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풍부한 사례들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뻔해 보이고 식상해 보이는 주장인 것 같은데 뒷받침을 실재 있었던 적절한 사례를 들어 풀어가니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책을 한 번 읽어 될 일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분명하게 말한다. 그 내용을 곱씹고 또 곱씹어 먹어 소화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고는 좋은 인간관계, 성공을 부르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단한 자신감이라 하겠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다 읽고 정리하면 매우 단순하다. ‘남이 나에게 대접해 주길 바라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그 핵심이다. 알고는 있는데 실천이 쉽지 않아, 성질을 고치는 게 간단치 않아 적어도 고민 중이라면, 카네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혹시 아는가, 실천할 힘이 생길지.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은 크게, 사람을 다루는 기본 방법 3가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 6가지,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 12가지,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 7가지로 나뉜다. 총 28가지 인간관계를 위한 조언이다. 만약, 실천을 해 볼 요량이라면 매일 한 가지씩 실천하자. 한 달이면 한 번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1년을 연습한다면 웬만해선 자신의 것으로 많이 소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서 혹은 게을러서 못하는 것일 게다.
 
최근 문화운동가 한 분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30년 이상을 사회운동을 해 오신 분인데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회를 바라보면 화가 많이 난다고 했다. 불의한 현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어 뛰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늘 송곳이 되어 문제가 보이면 찔러대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본인도 병이 생겼다. 공항장애가 상당히 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그분이 살아온 삶이 이해가 된다. 무엇에 화가 났는지, 무엇을 보고 절망을 할 수밖에 없는지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화를 낸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어쩌면 지금 화를 멈추면 지금까지 화를 내며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되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내 왔던 화는 정의로운 것이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그 정의로움을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인지도 모르겠다. 
 
카네기는 사람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으며, 편견으로 가득 찼고, 스스로의 자부심과 허영에 의해 움직이는 매우 감정적인 동물이라고 정의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마 젊은 날의 나라면 그의 말을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을 40년 쯤 살았을 때 드디어 발견했다. 인간은, 나는 매우 감정적이고 불합리하며 불안정하여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아닌 척 가면을 쓰곤 하지만 정직하게, 용감하게 속을 들여다보면 투명하게 보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그러니 상대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하고는 실망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그 기준을 ‘나’가 아닌 내가 상대해야 할 ‘너’에게 두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로 ‘너’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가 그토록 감정적이고 불합리하며 불안정한 존재라면 ‘너’또한 그럴 것이니, 어쩌면 ‘나’를 위하여 ‘너’를 파악하고, 의식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못났지만 비판받으면 싫다. 남도 마찬가지다. 누가 나에게 불평하면 기분 나쁘다. 남도 마찬가지다. 뭐든 칭찬을 해 주면 기분이 좋다. 누가 내게 진심어린 관심을 보이면 고맙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면 말하면서 속이 시원하다. 남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면 사람이 커 보인다. 같은 부탁도 예의를 갖추어 하면 거절이 어렵다. 내 관심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나의 체면을 살려주는 배려는 꼭 보답하고 싶어진다.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던 적이 있었음을 넌지시 말한다면 그의 지적이 약간의 부끄러움은 느끼게 할지언정 상처가 되거나 아프지 않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별 것 아닌 진보를 크게 칭찬해 주면 앞으로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명령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찾게 해 주면 훨씬 동기부여가 잘 된다. 책임감을 느낄 만한 권한을 주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어진다. 격려해 주면 못 할 일도 하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남도 그렇다.

세상은 30년에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바뀌고 있다.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안 바뀐다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모든 개개인이 얼마나 고장이 나 있는지만 알면 된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인정받기만 바라고, 자기 잘난 맛에 살려고 하는지 알면 된다. 참 우스꽝스러운 인간 실존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 같은 TV 속 코미디는 그래서 하나도 안 우습다. 사람 사는 것 자체가 코미디며 개그인데 굳이 뭘 그런 걸 보고 웃는다는 말인가! 
 
나도 너도 우스꽝스러운 존재임을 제대로 인지한 후, 그렇게 모순덩어리인 나와 너가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초점이 내가 아닌 상대에게 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순간, 혹은 수양이 많이 되어 그게 가능한 사람은 인간관계를 잘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자주 삐걱거리면 관계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나의 인간관계는 어디쯤에 있는가’를 질문해 보며, 기왕이면 ‘너’중심의 인간관계가 되도록 습관을 들이려 노력한다면 결코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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