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리고 사람들, '피프티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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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리고 사람들, '피프티 피플'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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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_없는_소설 #또는_그모두가_주인공인
책 ‘피프티 피플’ 표지 이미지 / 사진 = 까치
책 ‘피프티 피플’ 표지 이미지 / 사진 = 까치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이 소설은 책 끝부분의 ‘작가의 말’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셨나요, 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서 말이죠. 
 
작가가 운을 띄운 대로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낮고 넓은 테이블에서 한 조각씩 맞추는 상상을 해봅니다. 늘 마지막에 남는 것은 희끄무레한 하늘색 조각들입니다. 
 
그런 조각 하나를 쥐었을 때,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작가의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또는 주인공이 너무 많아서 한 50명쯤 되는 소설. 그렇게 미색을 띠는 오십 명 가량의 사람들이 가만히 제자리를 차지하는 퍼즐이 구성되었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이 책은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촘촘한 관계망을 보여줍니다. 챕터마다 의사, 간호사, MRI기사, 해부학 기사, 닥터 헬기 기사, 환자 등 퍼즐을 이루는 구성원을 한 명씩 호명하지요. 그들의 사연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교차하면서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합니다.         
 
인물들의 크고 작은 고민은 현재 한국사회의 취약점과 연결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형 화물차 사고 등 각 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입니다. 하지만 서로 위로하고, 작지만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읽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세상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잡아매는 것은 무심히 스치는 사람들을 잇는 느슨하고 투명한 망’인 것이죠. 
 
주인공이 없기에,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소설. 어쩌면 가장 다정하게 창조된 듯한 이 세상이 가장 현실과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 건져낸 한 문장 :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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