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 꿈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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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 꿈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4.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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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렛츠북
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렛츠북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우주’라는 단어는 어떤 울림을 갖고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단어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어렸을 적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추억을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일 수도 있다. 혹은 인류의 시장을 바꿔놓은 인터넷을 보듯이 새로운 시장이 도래할 수 있는 매개로 느껴지는 사람이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미지의 공간들을 보며 불타는 학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주란 양가적인 느낌을 주는 존재다. 당장 밖으로 나가, 아니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라. 낮에는 저 파란 하늘이, 밤에는 저 까만 하늘이 바로 우주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우주를 바라볼 수 있고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과 행성들, 우리 지구의 하나뿐인 위성인 달을 보며 살아간다. 근래 들어서는 별들보다 밝게 빛나는 인공위성들 역시 우리가 바라보는 저 우주를 수놓고 있다. 우주는 우리가 고개를 들기만 해도 볼 수 있는 친숙한 존재임과 동시에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 끝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낯선 존재이기도 하다.  
 

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렛츠북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인간이 우주를 연구한 것은 근래의 일이 아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는 당시의 천문대 역할을 하는 유적들이 발굴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도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고대시대에까지 닿는다.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먼저 태동한 학문 중 하나인데 농사나 제사, 날씨의 예측 등 고대 국가를 이루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비록 고대에는 날씨나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 농사를 돕는 등 과학적인 연구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현상들에 신의 계시라 여기는 신화적·주술적인 성향이 짙었으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르러서부터는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천문학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학문 발전의 역사와는 별개로 일반인들에게 우주에 관련한 가장 강렬한 사건을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까. 다양한 답변이 있겠지만 그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내딛었던 사건이 아닐까 싶다.
 
1969년 7월 20일, 오후 4시 17분 40초. ‘고요의 바다’라고 불리는 달의 북동쪽 평원의 동경 23도, 북위 1도 지점에서 메세지가 날아왔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바다. 이글호가 착륙했다(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선 이글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휴스턴에 있는 NASA 관제센터에 보고한 내용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인간으로부터 수신한 메세지이자 인간이 달에서 발신한 최초의 메세지였다. 이글호가 착륙한 후 6시간 가량 준비를 갖춘 뒤 같은 날 오후 10시 56분, 이글호의 해치를 열고 나온 닐 암스트롱 선장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달의 지표면을 밟았다. 인간이 최초로 달의 표면을 밟는 순간이었다. 그는 달에 내리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이것은 한 인간에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사건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있으랴.
 

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렛츠북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나라이자 지금도 가장 막강한 우주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이지만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는 미국의 열패감에서 시작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는데 성공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스푸트니크 1호는 지름 58cm, 무게 84kg의 농구공만한 작은 위성이었지만 각자의 체제의 우수성을 겨루던 냉전시대에서 이 사건으로 미 정부는 큰 위기감을 느꼈고 미국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머리 위에서 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소련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59년 무인 탐사선인 루나2호를 달에 착륙시켰고 1961년 4월 12일에는 유리 가가린 소령이 보스토크 1호 우주선을 타고 1시간 29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우주 비행에 성공하여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연달아 소련에 패배한 미국은 소련을 이기겠다는 열망으로 미항공우주국(NASA)를 설립하고 달에 유인왕복선을 보내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1961년에 미 의회에서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천명한 연설이 이를 강력하게 뒷바침 했다. 결국 약 2,500일 후인 1969년, 아폴로 11호는 케네디의 연설대로 달에 착륙하게 된다. 
  

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렛츠북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인간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항공우주의 역사는 흥미진진한 것으로 가득하다. 책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는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가벼운 문체로 흥미로운 항공우주 개발의 역사의 굵직한 부분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두 저자 중 한명인 강진원은 대전방송(TJB)의 과학기자로 우주 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우주개발의 현장을 밀착취재 해왔다. 다른 저자인 노형일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행정원으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현장에서 활동하는 당사자이다. 단지 멀리서 지켜보며 정리한 것이 아닌 실제 현장을 뛰는 저자들이 쓴 이 책은 마치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 특히나 후반부에 아무것도 없는 제로에서 시작한 우리나라의 연구원들이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하는 일화에서부터 무궁화호, 나로호 등을 거쳐 가장 최신 개발된 우주발사체 누리호까지, 마치 연구원 당사자의 수기를 읽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공위성이나 탐사선, 우주인까지 지상의 존재를 저 넓고 아득한 우주로 올려보내는 추진체의 역사부터 최초로 달을 밟은 사람인 닐 암스트롱과 우주인들, 그들을 보내기 위해 희생했던 동료들과 동물들, 더 이상 국가 독점 주도가 아닌 민간회사가 큰 비중으로 일구어가는 우주개발사업의 현재, 그리고 선진국에 비해 40년 가량이나 늦게 출발 했던 우리나라의 연구진들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분투기까지, ‘우주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았다’는 인류가 이루어나간 우주에 관한 도전과 발견을 쉽고 즐겁게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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