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그럼에도 희망은 존재하니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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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그럼에도 희망은 존재하니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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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겨례출판사
책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표지 이미지 / 사진 = 한겨례출판사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존재하지 않은, 존재한 적이 없었던 내일을 그려낸다. 몸과 분리된 머리가 다른 행성에서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의 식민지가 된 화성 도시들이 번성할 정도로 기술이 진보한 미래다. 책<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은 태양계의 서로 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미래로 향하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책에 실린 네 작품은 태양계를 배경으로 삼는 작품을 써보자는 간단한 기획에서 출발했다. 네 작가는 각각 금성, 화성, 토성, 해왕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택했다. 장강명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서는 사이가 소원해진 모녀가 함께 거대 기업에 맞서 자유를 찾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배명훈의 <외합절 휴가>는 화성식민지 청사의 숙직을 맡게 된 공무원에게 세계의 운명이 달리게 된 상황을 다룬다.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에서는 인간의 몸에서 깨어난 AI가 함께 구조선을 탄 인간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관찰한다. 마지막 작품인 듀나의 <두 번째 유모>에서는 거주민들이 자신들을 지배하는 인공지능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공통의 배경’으로 헐겁게 묶인 덕분에 작가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각 작품의 문체와 정서의 개성은 오롯이 살아있지만, 뜻밖에 네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성이 감지된다. 바로 ‘거대 권력 또는 다수’ 대 ‘개인과 소수 집단’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냉혹한 현실 규칙을 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점 계약을 통해 자유를 앗아가는 기업과 철저히 시청률과 수익의 관계에 기초해 연출을 담당하는 미디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다가올 파국에 눈감은 채 개인의 침묵을 요구하는 정부나, 소수자와 약자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다수파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아버지’와 차가운 ‘어머니’의 대립 속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취급되며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의 모습은 가장 적나라한 묘사로 다가온다. 
 
존재하는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실현한 미래가 꼭 인류의 최선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역사의 참상을 통해 인류가 배운 사실을, SF 문학작품을 통해 되새긴다. 냉혹한 현실에서도 그나마 희망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을 보며 다시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린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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