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당신을 살리는 시간, '골든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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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당신을 살리는 시간, '골든아워'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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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든아워’ 표지 이미지 / 사진 = 미래의창
책 ‘골든아워’ 표지 이미지 / 사진 = 미래의창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골든아워(golden hour). ‘금쪽같이 귀중한 시간’을 뜻하는 이 용어는 사고나 사건의 충격으로 사람의 생명이 위중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내외과 치료로 회생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을 의미한다. 흔히 ‘골든 타임(golden time)'이라는 표현으로 잘못 쓰인다.
 
중증 외상의 경우 60분이 골든아워로 꼽힌다. 그 시간 내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각종 의료 장비와 자원을 동원한 의료진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저자인 외과의사 이국종이 겪어온 한국의 현실은 달랐다. 평균 이송 시간 245분. 다른 곳이었다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들이 죽어 나갔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의료시스템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저자는 중증외상 분야에서 일하며 맞닥뜨렸던 현실적인 문제와 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겼다. 2002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그가 만났던 삶과 죽음의 이야기들이 책 속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담겼다. 1편에는 ‘아덴만 여명 작전’이, 2편에는 ‘세월호’ 현장 기록이 함께 실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한국 외상외과의 참담한 현실을 직접 목격한 그는 미국과 영국에서 연수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형 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국제 표준의 중증 외상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너무나 자주 난관에 부딪혔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자주 실려 오는 중증외상센터는 병원이 겪는 만성적자의 주범으로 취급되곤 했고, 닥터헬기의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장비와 인력 부족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를 포함한 의료진과 행정팀, 응급구조사 등 환자를 살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뒷전으로 두다가 병을 얻거나 쓰러져 나갔다.  
 
“헬리콥터는 바람과 함께 주위 모든 것들을 깎아내며 그 반동으로 솟아오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 어쩌면 나도 중증외상센터도 헬리콥터가 바람을 깎아 나아가듯 내 동료들을 깎아가며 여기까지 밀어붙여왔는지도 모른다.”(p.301)
 
그의 질문은 ‘왜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죽어야 하는가’에서 시작해 '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도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로 옮겨간다. 의료 현장의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가진 한계와 직결된다. 시스템의 미비를 메꾸는 것은 선의를 가진 개인의 몫이 되지만, 이 방법은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버티고, 또 버틴다. 저자는 의료진, 행정팀, 응급구조사, 소방대원 등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업’을 지키는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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