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 - 해 보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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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 - 해 보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 조언
  • 편린(片鱗)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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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 표지 이미지 / 사진 = 애플북스
책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 표지 이미지 / 사진 = 애플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편린 칼럼니스트] 뭐든 그렇겠지만, 글쓰기는 절대로, 결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잘 쓸 수가 없다. 10년 이상 학생들의 글쓰기 지도를 하며, 내가 왜 글쓰기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며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말 글을 잘 써 보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할지 막연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관련 도서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글쓰기는 이론이 아니고 실습이다. 따라서 실습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책에도 나오지만, 잘 쓴 글이란 기본적으로 읽기 쉬워야 한다. 그래서 글을 읽을 대상을 중학생 정도로 잡으면 좋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어떤 책보다 쉬워야 한다.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라면 그래야 한다.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책이라 생각한다. 대상을 중학생 정도로 두고, 글쓰기를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 구성하였다.

한 번은 꽤 유명세를 타는 어떤 분이 쓴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50여 쪽 읽다가 그냥 덮었다. 글쓰기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도록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물론, 글쓰기는 쉽지 않다.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놀랍게도 사람의 뇌는 아직도 글을 읽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즉, 문자를 해독하는 것이 우리 뇌에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글로 하는 소통은 문자란 매개를 통해 읽는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동의를 구하고, 재미는 느끼게 해야 하는 소통이다. 그러니 어찌 쉽겠는가? 따라서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반드시, 이 어려운 글쓰기를 해 볼 만 하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대상을 중학생으로 두고 그들과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저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중학생들이 가진 관심사에서 접근하였고, 그 또래가 질문할 만한 것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려고 노력하였다. 대상이 중학생이다 보니 어려운 용어나 이론이 철저히 배제되고, 혹시 필요한 경우라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우는 정도만 제시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있을 건 다 있다. 쉽게 접근하도록 했을 뿐이다. 설명은 최소로 하고, 실습할 거리를 잘게 나누어 제시하여, 마음만 있다면 해 볼 만하다고 여기게 해 두었다. 또 각 수업의 주제에 맞는 예시문을 알차게 구성해 두어, 글을 쓰기 전 혹은 글을 쓰다가 참고해 볼 수 있게 하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실습의 첫 과제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무엇이고 왜 글을 쓰는가’이다. 글은 소통의 도구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신과의 소통이며, 글을 쓰겠다는 것은 누군가와 소통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런데 글의 재료는 생각이다. 글은 생각이 문자로 정리되는 것이다. 생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큼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다. 알고 있는 것, 즉 배경지식의 정도가 생각의 재료가 된다는 말이니, 배경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각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글을 쓰려고 할 때 훨씬 유리해지는 것이다.

일전에 독서와 글쓰기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대안학교에서 일해 본 적이 있다. 처음엔 ‘독서’, ‘글쓰기’를 꾸준히 한다면 아이들의 글쓰기가 일취월장할 거라고, 그 정도는 아니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결과는 비참했다. ‘해야 하는’ 독서, ‘해야 하는’ 글쓰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개중에 아주 독보적인 아이가 있었다. 불과 11살인 이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어른들은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그 아이를 추적했을 때, 이미 생각할 힘이 준비된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선택한 책이 아닌 본인이 선택한 책을 읽었다.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책이라서인지 읽고 또 읽으며, 책에서 얻은 것을 부모에게 말하기를 즐겼다. 그것을 부모는 다 받아주었다. 질문을 하면 답을 주기보다 질문에 질문을 더하며 아이가 생각을 확장하도록 도왔다. 글쓰기는 시키지 않았다. 함께 사는 할머니는 일기는 쓰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으나 부모는 쓰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1살이 되어 엄마가 제안을 했다. 책을 읽으며 요약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는 해 보겠다고 했다. 그것이 첫 글쓰기였다. 그리고 그 학교에 오게 되었고, 거기서 요구하는 독서는 부담이 아니었고, 글쓰기는 아이에게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되었다. 처음의 글은 서툴렀다. 하지만 계속 쓰면서 스스로 글을 다듬는 힘이 생겼고 차츰 글의 구조까지 흠잡을 데 없어져, 누가 썼는지 모르고 읽을 경우 2,30대 어른, 그것도 꽤 박식하고 생각이 깊은 어른이 쓴 글이라 착각을 할 정도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부모로서 자녀가 글을 좀 잘 썼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아이에게 글쓰기부터 하게 하기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번에 되지 않는다. 부모의 관심, 노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함께 읽고, 여기에 주어진 글쓰기 주제들을 하나하나 부모도 같이 써 보자. 상당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이는 글을 쓰다가 쓸 거리를 찾기 위해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려고 할 것이다.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생각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생각하는 요령과 힘이 생길 것이다. 혹시 글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을 지도하는 도구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이 한 권만 제대로 활용해도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물론, 스스로 글을 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글쓰기, 쉽지 않다. 생각의 힘이 선행되어야 하며, 생각할 거리인 배경지식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각할 줄 알며, 알고 있는 게 있다. 그러니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은 마음만 분명하다면, 거기서 출발하여 글쓰기를 통해 그 계단을 높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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